러 "동원령 내린 이유는 이 전쟁이 나토와의 싸움이기 때문"
하원의장, 텔레그램 통해 밝혀…"병력 증강 필요하다"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22일 전국에 내려진 군사 부분 동원령 이유에 대해 "러시아 군대는 지금 무장한 '나치' 부대뿐만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과도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볼로딘 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동원령은 특수작전 임무(돈바스 해방) 완수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전선은 1000km 이상"이라며 "분명히 우리 군 병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 중 하나로 옛 소련 땅이었던 '우크라이나의 비(非)나치화'를 내걸었다. 과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이 소련의 과도한 개입을 회피하기 위해 독일 나치 정부와 협력한 사실에서 비롯한 것인데, 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친(親)서방 노선을 '나치', '파시스트'로 매도하는 건 국제학계 중론과는 어긋나는 해석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21일)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와 군 총참모부의 제안을 수락, 부분 동원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부분 동원령은 서명 즉시 발효, 이를 근거로 예비군 30만 명을 징집하고 전쟁 물자 동원 및 필요한 자금 마련 확대에 나설 방침이라는 게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의회는 전시 총동원령과 계엄령에 불응 시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도 진행 중이다. 이른 투항 시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지역 점령지에서 러 합병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이달 실시할 계획이다. 투표 결과 합병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 지역을 '러시아 땅'으로 규정, 우크라군의 탈환 시도를 '영토 침공'으로 보고 핵 공격 위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군사행위 무대를 러시아 연방 영토까지 확장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가안보를 보장하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서의 모든 수단은 전술핵 사용 등 핵 공격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전역은 이번 동원령 발표로 혼란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등 직항 노선 항공표 매진 사태에, 러 당국은 징집 대상에 해당하는 18~60세 남성의 항공권 구입 금지까지 내린 상황이다. 이런 소용돌이 속 러시아 내에서 반(反)전 운동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동원령 발표에 대해 "전세가 러시아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반격을 개시, 북동부 하르키우주(州) 이지움시(市) 등 러군 점령지 중 군사 요충지를 탈환하는 등 성과를 올려왔다.
서방 국가들은 이번 동원령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고 있다.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확전 양상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주변국과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8차 제재를 준비 중이며 대우크라 추가 무기 지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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