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서거]70대 찰스 3세의 英 군주제…흔들리는 영연방
일부 국가들 공화제 전환 움직임…군주제 폐지 목소리↑
-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영국 군주제의 향후 미래에 대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9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서거한 다음날 찰스 3세가 새 국왕으로 즉위했다.
70년 영국 역사상 최장기 기간 집권하며 '영국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은 군주제 체제 유지에 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12일 로이터‧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일부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군주제가 아닌 공화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 즉위한 찰스 3세를 새 국가원수로 선포한 반면 일각에선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영국이 과거 자행했던 노예 무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자메이카 등을 중심으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불붙고 있다.
군주제 체제 자체가 현대 시대와 맞지 않다는 여론과 영국의 과거 식민지 역사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이 불거지면서 일부 영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왕 서거 사흘 뒤인 지난 12일 영연방 왕국 소속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가 공화제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3년 안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메이카에서도 공화정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앤드루 홀니스 자메이카 총리는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자메이카를 방문했을 때 자메이카가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영국의 공화주의자들도 여왕 서거 후 찰스 3세의 즉위가 군주제 철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고, 목소리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공화제를 주장하는 정치운동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변인은 "공화제에 찬성하는 사람도 주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히 발언하지만, 왕실 역시 공공기관으로서 토론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인해 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조성돼있는 이 시기가 지나면 군주제 폐지에 대한 여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는 "찰스 국왕의 즉위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군주제에 대한 지지가 한번 떨어지면 다시는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세자로 책봉된 지 64년이 지난 74세의 최고령 나이에 왕위에 오른 찰스 3세는 다이애나비와의 이혼과 사망,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불륜 의혹, 정치권 로비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찰스 3세가 새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군주제 철폐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세계적인 존경을 받아왔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과는 달리,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 코먼웰스대학의 영국 역사학자 브룩 뉴먼은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처럼 신비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희망과 꿈 등을 반영할 수 있어서 전 세계의 아이콘이 된 여왕과 달리 찰스 3세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연방 국가들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했고 현재는 영국·호주 등을 포함해 54개국이 이에 속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의 군주이자 54개국 영연방의 수장으로서 70년간 재임해왔다.
영국 국왕에겐 총리임명권과 전쟁 선포권, 의회 소집과 해산권 등 막강한 권력이 있지만 군림하되 통치 않는 입헌 군주제에 따라, 실제 통치는 각 국가별 총리 등이 대신해왔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역사상 최장 기간 재임하며,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찰스 3세가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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