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녀 살해 20년 '억울한 옥살이' 호주 여성, 국가에 배상 요구 예정
유전자 돌연변이 발견으로 판결 뒤집혀
대법원장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당시 증거보다 더 중요"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네 자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14일(현지시간) 호주 재판부는 4명의 자녀를 죽였다는 혐의로 20년간 수감된 캐슬린 폴빅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폴빅은 1989년부터 10여년 동안 자신의 네 자녀를 숨지게 했다는 누명을 써 3건의 살인과 1건의 과실 치사 혐의로 2003년 수감됐다.
그는 20년 간 복역 후 톰 배서스트 전 판사의 추천으로 지난 6월 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배서스트 전 판사는 20년 전 재판에 제출된 증거를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폴빅이 받은 유죄 판결에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폴빅의 네 아이는 각각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에 걸쳐 잇따라 사망했다. 처음 3명의 아이는 뚜렷한 이유 없이 사망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정리됐다.
그러나 넷째 로라가 사망할 당시 한 법의학자가 사망 원인을 '미확인'이라고 기재하면서 의심을 품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폴빅이 아이들을 죽였다는 물리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당시 배심원단은 4명 모두 자연사할 확률은 극히 적으며 살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그는 언론에 '호주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대대적으로 묘사됐다. 더불어 당시 폴빅이 쓴 일기에서 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구절이 발견되면서 결국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9년에도 재조사됐지만 폴빅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폴빅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2022년, 이전에 알려진 적 없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되면서다.
BBC 보도에 따르면 폴빅의 사망한 두 딸에게서 발견된 돌연변이 유전자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망한 두 아들에게서도 급성 간질과 관련된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앤드류 벨 대법원장은 "실질적이고 광범위하며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당시 폴빅의 재판에서 나온 증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배서스트 전 판사의 판결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증거로 쓰인 폴빅의 일기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심리학적 혹은 정신적 이유로 설명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폴빅의 변호사 라니 레고는 "자녀를 잃고 20년 가까이 감옥에 갇힌 고통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국가에 배상을 요구할 예정이고 배상금은 상당한 액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심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 또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호주의 각 주(州)들은 형사사건 검토위원회 등 오심을 막기 위한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마리아 라비아 호주 과학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이정도 규모의 사건으로도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호주도 더 과학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법률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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