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사이클론으로 4명 사망에 이재민 1만여명 발생

하루 200㎜ 장대비에 도로 침수되고 14만 가구 정전
국가비상사태 선포…"피해복구에 몇주는 소요"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북섬 동부 해안 도시 네이피어가 홍수로 인해 주택과 도로 곳곳이 완전히 물에 잠긴 모습이다. 2023.02.1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휩쓸고 지나간 뉴질랜드 북섬에서 지금까지 4명이 숨지고 최소 1만5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AF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이날 키어런 맥어널티 뉴질랜드 비상관리부 장관은 폭우가 덮친 뉴질랜드 북섬 혹스베이에서 총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면서 여성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의용소방대원으로 추정된 다른 1명은 무너진 집에 갇히는 바람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뉴질랜드 경찰은 이날 어린아이 1명이 북섬 동부에 위치한 외딴 해안가 마을인 에스크데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진 아이는 불어난 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이번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총 4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색이 계속됨에 따라 사망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맥어널티 장관은 지금까지 최소 1만500명이 긴급 대피했고 14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홍수에 도로 곳곳이 끊기면서 군 병력이 나서서 고립된 사람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군 당국은 다용도헬리콥터(NH90) 3대를 훅스베이 일대에 투입해 주민 약 30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군 대변인은 주민들이 가족과 친구, 반려동물과 함께 지붕 위에 모여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일부 주택의 경우 2층 높이까지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이 할퀴고 간 상처는 항공사진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때 조용했던 시골 마을은 거대한 흙탕물 강으로 돌변했고 산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가 주택과 도로를 뒤덮었다.

맥어널티 장관은 "피해 지역이 복구되는 데 몇 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맥어널티 장관은 전날(14일) 오클랜드, 노슬랜드, 와이카토 등 북섬 일대 6개 지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4일 (현지시간)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휩쓸고 간 뉴질랜드 북섬 와이로아의 쓰레기로 덮인 도로에 갇힌 트럭이 보인다. 2023.0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앞서 사이클론 가브리엘은 지난 8일 호주 북동부 해안에서 처음 세력을 형성했다. 가브리엘은 이후 호주 노퍽섬을 강타한 뒤 시속 140㎞에 달하는 강한 돌풍과 함께 빠르게 남하해 지난 13일 밤 뉴질랜드 북섬 최북단 레잉가곶에 상륙했다.

뉴질랜드 기상청 '메트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뉴질랜드 북부 해안 지역에는 24시간 동안 20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고 최대 11m에 달하는 파도가 몰아쳤다. 다만 남하하던 가브리엘은 현재 급속히 세력을 잃고 뉴질랜드 동부 해안을 벗어난 상태다.

최악의 물난리가 난 지 보름 만에 또 다시 폭풍우가 찾아와 피해를 키웠다. 지난달 27일 전후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4명이 숨지고 주택 77채가 완파됐다. 메트서비스는 오클랜드 공항에 이날까지 총 45일 동안 내린 비의 양은 연평균 누적 강수량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사이클론 가브리엘이 라니냐로 인해 많은 양의 무더운 습기를 빨아들이면서 세력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을 밑도는 현상으로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반면 페루와 칠레 지역에는 가뭄을 일으킨다.

폭우 상륙을 앞둔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주민들이 모래 주머니를 비상 대피소 앞에 쌓고 있다. 2023.02.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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