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맨'이 쏘아올린 '반 시진핑 시위'…세계 곳곳서 "물러나라"
'브릿지 맨'에 자극 받은 중국인들 '반 시진핑' 시위에 동참
SNS 공유 막히자 화장실 낙서로 '혁명' 동참하는 중국인들
-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중국과 전 세계에 '반 시진핑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사흘 앞둔 시점에 한 남성은 베이징 시퉁대교에 올라 "제로코로나 정책이 아닌 삶, 계엄령 봉쇄가 아닌 자유, 존엄성, 문화 혁명 아닌 개혁, 독재 아닌 투표, 노예 아닌 시민"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런던의 한 중국인 유학생인 졸리도 중국의 감시가 두려웠으나 같은 내용의 포스터를 곳곳에 거는 등 행동에 나섰다. 세계 곳곳의 중국 학생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반시진핑 시위'에 나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행동이 현장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반 시진핑 시위를 벌이는 건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이 반대 의견을 묵살할 경우 실질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 '브릿지 맨'(Bridge man)이 촉발한 반 시진핑 시위
반 시진핑 감정이 고조돼 세계적인 시위로까지 이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베이징 시퉁 다리에 '반 시진핑'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린 사건이다.
2022년 10월 13일 오후 2시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쓰퉁차오(四通橋) 다리 난간에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파면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의 개막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을 때다.
현수막에는 붉은 페인트로 “핵산(PCR) 검사가 아닌 밥, 봉쇄 말고 자유, 영수(위대한 지도자) 말고 투표권, 노예가 아닌 시민"이라고 적혀 있었고 또 "독재자이자 나라의 반역자인 시진핑은 물러나라” 등이 자필로 쓰여 있었다.
40대 중반의 사내는 군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현수막을 내건 후에 바로 시커먼 연기를 하늘 위로 피워 올렸다. 시위자는 이후 현장을 급습한 공안에 잡혀서 어디론가 끌려 갔다. 중국에서는 국가주석 모독을 중대 범죄로 여긴다.
'브릿지 맨'은 중국 곳곳과 전 세계에 퍼진 중국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매개가 됐다.
물론 공안이 즉시 현수막을 뗐고 관련자 체포 관련 뉴스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타고 저항에 대한 연대가 퍼져 나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중국 정부가 SNS 위챗 등에 업로드 된 관련 게시물과 댓글을 빠르게 삭제했음에도 네티즌들이 VPN을 사용해 신속하게 해외 사이트로 퍼다날랐다.
중국 공안에 끌려간 40대 남성은 이제 우상이 됐다. '브릿지 맨'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졌다. 1989년 천안문 광장 대학살 당시 탱크를 혼자서 가로 막았던 무명의 시민인 '탱크맨'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였다.
◇ '브릿지 맨'이 '화장실 혁명'(Toilet Revolution)으로
중국 당국이 브릿지 맨과 관련된 온라인 게시글이 확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지만 '반 시진핑 정서'는 화장실 낙서나 벽보 등 중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브릿지 맨에 영감을 받은 중국 동부 대학교 4학년 학생은 "자유, 존엄, 개혁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외침을 공유하기 위해 화장실 칸에 영어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낙서를 할 때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해방감을 느꼈다"며 "극단적인 문화 정치적 검열이 이뤄지는 중국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표현도 허용되지 않는데, 중국 시민으로서 난생 처음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중국 남서부 대학을 갓 졸업한 천치앙이라는 학생은 중국의 SNS 위챗에서 브릿지 면 시위 관련 게시글 공유가 불가능해지자 가까운 곳에 슬로건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중 화장실을 찾아 화장실 칸막이 문에 슬로건 원문을 적었다. 때때로 삼엄한 공안 감시에 걸릴까도 두려웠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목숨 혹은 여생의 자유를 희생하면서까지 계속해서 화장실에 브릿지 맨 시위의 원문을 적었다.
자신을 애국자라고 말한 천치앙은 "나는 애국자지만 공산당 정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타고 화장실 혁명도 확산 중이다. 3만2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Citizensdailycn은 중국 본토로부터 약 30건 신고를 받았다. 화장실 혁명과 관련한 신고가 절반 이상에 이르렀다.
또 4만2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Northern_Square은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 선전, 우한 등 도시들로부터 8개의 '화장실 혁명' 관련 포스트를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움직임은 '화장실 혁명'이라고 불리는데 중국 동부 학생인 우씨는 "화장실처럼 비좁은 공간에서도 혁명적인 마음만 있다면 스스로 공헌할 수 있다"고 느낀바를 공유했다.
◇中 '브릿지 맨'과 '화장실 혁명' 본 세계 속 중국인들 '행동'하겠다는 의무감
해외로 퍼져 나가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 정부의 압박에도 정치적 행동을 이어 나간 브릿지 맨과 화장실 혁명 등에 자극 받아 너도 나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의 졸리는 '브릿지 맨'에 대한 경외감과 죄책감 연대 등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했다. 졸리는 중국 국경 밖에 있는 자신은 상대적으로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시위 포스터를 붙인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죄책감을 표현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을 졸업한 이본은 "부끄럽다. 만약 내가 중국에 있었다면 결코 그런 일을 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경외감을 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에서 벌어진 시위를 보면서 정말 울고 싶었다"라며 "중국 뉴스를 보며 정치적으로 희망을 볼 수 없어 우울했지만, 브릿지 맨을 보면서 여전히 희미한 빛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공유했다.
이에 인스타그램 계정 소유주 둘은 중국 유학생들로부터 각가 1000건 이상의 '반 시진핑 포스터' 관련 게시글을 공유받았다고 밝혔다. 시티즌데일리 집계에 따르면 포스터는 320개 대학에서 목격됐다.
◇中 내 민족주의적 통제 만연함에도 목소리 내는 사람들…"혼자 아니야"
세계 각지와 중국 곳곳에 널리 퍼진 '반 시진핑 포스터'가 보여주듯 지난 10년 간 쌓여온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그만큼 지난 몇 년 간 시 주석이 국내에서 민족주의를 부추겨 온 탓에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현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경우는 당과 당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그저 침묵할 것을 선택한다.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커서다. 과거 몇 년 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괴롭힘과 협박, 가족에 대한 보복 및 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민주주의 국가들도 중국 정부 억압의 영향권에 있다 해외 영향력 및 침투 작전을 담당하는 당 조직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양한 통일전선 연계 조직을 통해 해외에 거주중인 중국인들을 감시하는 등 많은 양의 간첩과 정보원을 보유하고 있다.
CNN은 "이런 통제가 있는 상황임에도 그렇게나 많은 학생들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은 시 주석의 10년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다만 CNN과 대화한 학생의 대부분은 자신의 포스터가 중국 지지자들 눈에 띄어 중국 SNS에 노출되거나 대사관 등에 신고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특히 중국에서 자라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을 경우 또래들에게 배신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졸리를 짓눌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브릿지 맨'에 대한 연대로 전 세계로부터 시위 관련 포스터가 SNS에 업로드 된 것을 보자 졸리는 "매우 강한 감동을 느꼈다"며 "누군지 잘 몰라도 함께 하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에 감동도 받고 충격도 받았다"고 감정을 표출했다.
CNN은 "중국에서도 반 시진핑 시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삶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시민 사회 상당 부분을 소탕하며 첨단 감시 국가를 건설한 당의 권력 장악력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해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브릿지 맨'이 불러온 파급효과를 언급하며 "그와 같은 견해를 가진 수백만 명의 다른 중국인들이 있을 수 있다"며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의 말을 인용해 덧붙였다.
seo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