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 해결하니 '국대 감독' 선임 논란…바람잘 날 없는 KB손보
나경복·황택의 복귀로 '다크호스' 꼽혔으나 경기장 밖 시끌
어렵게 홈구장 구했으나 라미레스 선임 추진하다 끝내 무산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홈구장 문제를 어렵사리 해결하니 이번엔 감독 선임 문제가 터졌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2024-25시즌은 바람 잘 날이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8일 인천 주욱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이사회 및 임시총회에서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남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의 KB손해보험 감독 겸직을 불허했다.
시즌 직전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이 건강 문제로 물러나 감독이 공석인 KB손보는, 신임 감독 선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분간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경기를 더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KB손보는 올 시즌 개막전만 해도 '다크호스'로 꼽히던 팀이었다. 나란히 국가대표를 지낸 공격수 나경복과 세터 황택의가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평가였다.
그러나 경기장 밖의 예상 못 한 악재가 계속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베라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이 시작이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리베라 감독을 영입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는데, 시즌 전 컵대회에서 3연패로 부진한 데 이어,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건강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여기에 개막 이후엔 홈구장 문제가 터졌다. 홈구장 의정부체육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시설물 일부의 균열이 발견되면서 12월부터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졸지에 '안방'을 잃어버린 KB손보는 인천 계양체육관(대한항공), 안산상록수체육관(OK저축은행) 등 다른 팀의 홈구장을 임시로 빌려 쓰는 처지가 됐다. 사실상 '원정 연전'이 계속된 셈이었다.
최근엔 의정부시에 위치한 경민대 체육관을 '임시 홈구장'으로 확정하면서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했는데, 감독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KB손보는 빠른 적응과 감독의 역량 등을 살펴본 끝에 라미레스 감독을 적임자로 봤다. 문제는 라미레스 감독이 현직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점이었다.
앞서 2019년에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호철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옮겨가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V리그 감독들은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영입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KB손보 역시 당시의 일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대한배구협회에서 "겸직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KOVO와 다른 구단들이 반발하면서 결국 감독 선임은 무산됐고, KB손보는 사령탑을 데려오지 못하는 난감한 입장이 됐다.
KB손보는 초반 부진을 뒤로하고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오는 분위기였다. 현재 순위는 6위지만, 3위 우리카드와의 격차도 크지 않아 충분히 '봄 배구'를 노릴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용해질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경기 외적인 문제로 선수들은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KB손보로선 올겨울이 유난히도 춥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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