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새내기 코치 여오현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지도자 될 것"
전설적 리베로, 현대캐피탈 떠나 여자부서 새 도전
20시즌 동안 코트 누비고 선수 생활 마침표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같이 호흡하고, 같이 소통하는 지도자란 이야기를 듣고 싶다.“
8일(한국시간) 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NAS 스포츠 콤플렉스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한국 배구 '레전드 리베로' 출신의 여오현(46) IBK기업은행 수석코치는 선수 때처럼 걸걸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는 "나 혼자 운동하는 것이 아니니 선수들의 에너지를 북돋으려면 선수 때보다 소리를 더 질러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여 코치는 아직 팀에 합류한 지 보름도 안 된 '새내기 코치'다. 지난달 29일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때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느라 팀 선수들과 훈련한 시간은 사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여 코치는 "여자부 선수들 영상을 많이 봤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록의 사나이' 여오현 코치는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2023-24시즌까지 20시즌을 소화했다. 역대 최다인 625경기를 뛰었고 리시브 정확 1위(8005개), 디그 성공 1위(5219개)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22경기에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45세에 은퇴하겠다는 '45세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여오현 코치는 "45세나 600경기 같은 타이틀보다는 한 시즌도 쉬지 않고 출전을 했다는 것에 더 자부심을 느끼고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2023-24시즌을 마친 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은퇴의 기로에 선 여오현을 불러 지도자를 제안했다.
김 감독은 "여 코치는 40대까지 선수를 할 만큼 자기 관리를 성실하게 잘 했다.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수비와 리시브 면에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 그런 점을 기대하고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여 코치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만, 솔직히 두려움이 더 컸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감독님한테 누를 끼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잘할 수 있다'고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시절 유광우(대한항공·11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우승(9회)을 차지했다. 아쉽게도 목표로 했던 열 번째 우승반지는 끼지 못했다. 여 코치는 "그게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선수로서는 진짜 채울 만큼 채우고 싶었는데 한 조각의 퍼즐을 남겨 놓고 은퇴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여 코치의 아들인 여광우(송산고 3)는 아버지와 똑같은 리베로로 가업을 잇고 있다. 여 코치가 좀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여광우가 고교 졸업 후 드래프트에 나선다면 부자가 함께 뛰는 그림도 가능했다. 여 코치는 "(은퇴 소식을 들은)아들이 '레알(진짜)? 아빠 왜?'라고 말했다. 아빠도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여오현 코치는 지도자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다.
그는 "(여자부는 처음이지만)배구는 어차피 똑같이 선수가 하는 거고 사람이 하는 거라고 김호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면서 "선수 시절 나는 파이팅이 있고, 열성적인 선수가 되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도 그렇게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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