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동호회보다 못한…무능‧무소통‧무기력 축구협회

국회 질의에서 KFA 주먹구구 시스템 질타 빗발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9.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실상이 드러난 대한축구협회 행정 능력이 우려한 것보다 더 처참했다. 한국 축구의 전체적인 업무를 책임져야 할 임원들은 무능력한데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다. 전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없다면 축구협회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4일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비롯해 축구협회 운영 실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선 연임 등에 관해 10시간 이상 현안 질의가 이뤄졌다.

일부 의원들은 억지스러운 질타를 하기도 했지만 뼈아픈 질문들도 많았고 덕분에 가려져 있던 축구협회의 졸속 행정과 소통 부재 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많은 논란을 낳은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 '11차 회의'는 이 조직의 형편 없는 행정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국회에 제출한 11차 회의록은 축구협회의 한 직원이 '비대면 임시회의록'에 '11차'를 붙이면서 화근이 됐다.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를 협회 직원 본인 의사로 '11차'를 붙인 셈이다. 또한 이런 내용을 현안 질의 전까지 협회 고위층에 전달하지 않아 현안 질의 때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최영일 신임 전력강화위원정이 새로 선임돼 최근 열린 회의가 공식적인 '11차 회의'였고 당시는 '임시 회의'였는데 자료 작성자가 혼동했고,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인데도 책임 있는 인물의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회장 입에서 "11차 회의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위원에게 호통을 들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최영일 신임 전력강회위원장이 주재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하반기 1차 회의이자 통합 11차회의 모습.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임생 기술이사가 협회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채 '전권'을 쥔 인물로 나서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 점도 주먹구구식 행정력을 보여준다.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자 정몽규 회장은 감독 선임 업무의 전권을 기존의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넘겼다.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정 회장이 내린 단독 결정이었다.

이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열린 이사회의 결정 사안 어디에도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전력강화위 업무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해성 전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상황이 당황스러웠어도 긴급 이사회를 열거나 서면 결의라도 거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21일 국내에서 개막한 홈리스 월드컵을 앞두고 출전국들이 비자 발급 문제를 겪었던 점도 지적됐다.

곳곳의 무능함뿐만 아니라 소통이 부재해 제대로 의사 전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다수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다.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모습. 2024.9.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해성 전 위원장은 1순위였던 홍명보 감독을 포함, 최종 후보 3인을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때 정 회장은 "유럽에 있는 외국인 2, 3위도 직접 대면 면담을 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전 위원장은 1순위인 홍 감독을 반대하고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다고 오해, 직을 내려놨다.

관련된 국회 질의에서 정 전 위원장은 "1순위를 안만나고 2~3순위로 감독이 결정되면 1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고, 거기까지가 내 역할이라 생각해 사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화 과정에서 감정적인 문제가 잘못되면서 지금 이런 사태까지 온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회장님과 대화를 나눴다면 이런 자리는 불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언론 노출을 걱정, 최종 후보자를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미리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감독 선임을 발표한 점도 소통 부재의 한 예다.

이처럼 무능하고 소통 능력이 부족한 협회 임원들 탓에 협회 실무자들은 한숨을 내쉰 지 오래다.

한 협회 관계자는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고 개인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다. 이런 사람들 아래서 일을 하는데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축구협회는 더 이상 후진은 '붕괴'라는 자세로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변화가 늦어지거나 미흡하면 "계모임, 동아리보다 못한 축구협회"라는 치욕스러운 타이틀은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축구협회를 감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0월 2일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정몽규 회장은 오는 10월 22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또 출석 예정이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