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떨쳐내야 할 '오만 쇼크'…21년 만에 악몽의 땅으로
2003년 무스카트서 베트남·오만에 연달아 참패
2026 월드컵 3차 예선 반등 위해 절실한 승리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26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의 첫 경기에서 졸전 끝에 팔레스타인과 비긴 홍명보호가 2차전 승리를 위해 오만으로 향했다. 태극전사는 21년 만에 악몽의 땅인 무스카트를 다시 찾는데, 반등과 동시에 '오만 쇼크'까지 떨쳐낼 수 있는 기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음 경기를 치르러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무스카트까지 직항편이 없어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데, 이동 시간만 약 15시간이 소요된다.
태극전사들은 무거운 발걸음 속에 오만 원정길에 올랐다. 현재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친 월드컵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답답한 90분을 보낸 끝에 약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감독을 교체하고 의욕적으로 새롭게 출발한 경기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잡지 못했다.
1무(승점 1)를 기록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에서 4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축구팬들은 야유를 쏟아냈고, 이에 국가대표 선수와 공식 서포터 붉은 악마가 충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최악인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반등이 절실한 시점으로, 홍명보호는 오만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도 오만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개념인 3차 예선은 아시아에 걸린 본선 진출권 8.5장 중 6장의 주인이 가려진다. 팔레스타인전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한국이 두 번째 경기까지 그르칠 경우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오만 원정길은 수없이 중동에서 경기를 치렀던 태극전사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한국이 오만에서 A매치를 치른 것은 딱 한 번으로, 21년 전의 일이다.
이마저도 좋은 기억이 없다. 2003년 10월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04 아시안컵 예선 경기에서 몇 수 아래로 여긴 베트남과 오만에 연달아 0-1, 1-3으로 졌다. 한국 축구사에 굴욕적인 참사로 기록된 '오만 쇼크'다.
오만의 전력도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원정길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홍명보호는 이번 기회에 3차 예선 첫 승과 더불어 21년 전의 설욕까지 다짐하고 있다.
그래도 홍 감독은 오만 원정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그는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2012년 2월 무스카트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오만을 3-0으로 완파하고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오만 원정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
홍 감독은 이를 발판 삼아 런던 올림픽에 나가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 신화를 일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A대표팀을 이끌고 오만을 찾은 홍 감독은 다시 한번 웃으며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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