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사' 양희영 또 해냈다…첫 메이저 우승에 올림픽 티켓까지
명단 확정 마지막 대회서 우승…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작년엔 은퇴 기로서 시즌 최종전 우승…또 막판 뒤집기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이쯤 되면 '벼랑 끝 승부사'로 불러도 무방할 모습이다 . 지난해 은퇴의 기로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양희영(35)이 이번엔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기 직전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며 또 한 번의 '반전 드라마'를 썼다.
양희영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마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양희영은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완벽에 가까운 쇼트게임으로 누구보다 많은 버디 찬스를 만들었고 실수가 거의 없었다.
그는 2라운드부터 선두로 올라선 뒤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으며, 4라운드 한때 2위 그룹을 7타 차로 압도하기도 했다.
대회가 펼쳐진 사할리 컨트리클럽의 길고 좁은 페어웨이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고전했다. 여자 골프 최강자로 자리 잡은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마저 컷 탈락했을 정도다. 하지만 양희영은 흔들림 없었다.
대회 기간만 놓고 보면 '싱거운 승부'였지만, 우승까지의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양희영은 이번에도 벼랑 끝에서 일을 냈다.
양희영은 지난해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4년 9개월 만에 우승했다. 모두에게 잊혀 가던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순간이었다.
양희영은 2019년 이후 부진과 부상을 반복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팔꿈치 부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러던 그가 시즌 마지막 대회, 가장 큰 우승 상금이 걸린 대회를 제패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
우승 이후 맞이한 올 시즌도 상황이 썩 좋진 않았다. 지난해 우승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메인스폰서'는 없었고 잔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샷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출전한 11개 대회 중 5번이나 컷 탈락했고, '톱10'은 한 번도 없었다. 최고 성적은 시즌 개막전에서 기록한 공동 22위였다. 15위로 시작한 세계랭킹은 10계단 곤두박질쳤다.
새해를 맞을 때만 해도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쉽지 않아 보였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확정 짓는 마지막 대회에서 가능성은 있었지만,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희박한 확률로 보였다.
그러던 그가 반전을 일구며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양희영의 세계랭킹은 15위 이내 진입이 확실시된다. 고진영(29·솔레어), 김효주(29·롯데)와 함께 또 한 명의 올림픽 출전자가 생긴 것이다.
이와 함께 꿈에 그리던 메이저 타이틀도 손에 넣었다. 2008년 만 19세의 나이로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가 75번째로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이룬 쾌거다.
데뷔 16년 만에 이룬 목표 달성 그리고 모든 운동선수가 염원하는 올림픽 타이틀까지. 양희영은 이번에도 가장 필요한 순간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제 양희영에겐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바로 올림픽 메달이다.
양희영은 8년 전인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 전인지, 김세영 등과 함께 출전했다. 박인비가 감격의 금메달을 차지한 그 무대에서 양희영은 3위에 한 타 뒤진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지만, 그간 양희영이 써 내려간 놀라운 드라마를 생각한다면 이번에도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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