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비용절감'…과감했던 파리의 시도, 절반의 성공[올림픽 결산⑧]
노에어컨·대중교통·신축 최소화 등 다양한 노력
폭염 등 불편 있었지만 '새로운 모델' 호평도
- 권혁준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친환경과 비용 절감.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린 2024 하계 올림픽을 관통한 두 가지 키워드였다.
탄소 배출과 천문학적인 지출에서 비롯되는 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스포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화두였는데, 과감했던 파리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24 파리 올림픽이 12일(한국시간)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파리 올림픽은 이전 대회와는 다른 결을 표방했다. '노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올림픽'이 대표적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골판지 침대'를 필두로 친환경 대회를 추구했지만, 이번 대회는 이에 더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의 탄소 배출량 목표를 158만톤으로 잡았다. 2012 런던 대회(340만톤), 2016 리우 대회(360만톤)의 절반 아래로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기조에 따라 선수촌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고 도시로 보낸 강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냉방 시스템이 가동됐다.
경기장과 선수촌을 오가는 대회 관계자들이 활용할 셔틀버스도 최소화됐고, 이 역시 대부분이 에어컨 가동이 없었다. 선수들이 이용하는 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관계자들에겐 친환경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했고 자전거 도로와 주차장을 정비해 자전거 이동을 유도하기도 했다.
식단 역시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기 대신 채식 위주의 식단이 각 경기장과 선수촌에 제공됐고, 재배 과정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는 아보카도는 식단에서 제외했다. 또 운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로컬 식자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올림픽의 상징과도 같은 성화 역시 실제 불꽃이 아닌 수증기와 LED를 활용해 구현했다.
'비용 절감'도 화두였다. 프랑스가 이번 대회의 개최를 위해 들인 돈은 약 9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2008 베이징 올림픽(48조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주 경기장을 따로 짓지 않고 '보트 개회식'을 진행하면서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의 관광명소인 에펠탑, 콩코르드광장, 베르사유 궁전, 앵발리드, 그랑팔레 등을 경기장으로 활용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새롭게 건설한 영구적인 시설은 아쿠아틱 센터가 유일했다.
문화유산 근처에 지어진 임시 경기장 역시 재활용 목재와 플라스틱 등으로 분해가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이전 올림픽에서 새롭게 지어진 경기장이 대회가 끝난 뒤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시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참신한 시도였고, 향후 치러질 올림픽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파리 올림픽은, 향후 올림픽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좋은 모델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파리의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은 '가건물' 형태의 임시 경기장에 온 관람객을 만족시키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 폭염에 대한 대비, 특히 출전 선수들이 무더위 속 '찜통 버스'나 선수촌의 부실한 식사 등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에서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장 내부 음식점에선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비건식, '친환경'을 표방하며 보증금을 받고 내주는 '플라스틱' 음료 컵 등에 대해서도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호평을 하는 쪽도,그 반대쪽도 기존 올림픽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한계에 부딪힌 올림픽 개최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과도 같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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