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복싱 메달' 꼬리표 뗀 한순철 "내 메달보다 기뻤다" [올림픽]
2012 런던 은메달리스트, 2019년부터 임애지 지도
임 "4년 후에도 함께"…한 "기회 있다면 金 도전"
- 이상철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침치게를 겪던 한국 복싱이 파리에서 21번째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복싱에서 메달은 12년 만이다. 임애지(25·화순군청)가 여자 복싱 최초 메달리스트의 이정표를 세우면서 복싱의 막혔던 메달 맥도 함께 뚫렸다.
한순철(40) 복싱 대표팀 코치는 임애지의 동메달로 '마지막 올림픽 복싱 메달리스트'라는 꼬리표가 사라지자, 오랜 한이 풀렸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임애지의 메달을 축하하고 기뻐했다.
임애지는 4일 오후(한국시간)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4강전에서 해티스 아크바스(튀르키예)에 석패, 동메달을 얻었다.
올림픽 복싱 종목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4강전 패자 두 명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8강전 승리로 이미 메달리스트를 예약했던 임애지는 최종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동메달은 한국 복싱의 역대 21번째 메달(금 3개·은 7개·동 11개)이었다. 그리고 2012 런던 대회 라이트급(60㎏) 은메달리스트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기도 했다.
임애지가 메달을 딴 역사적 순간, 그의 옆에는 한 코치가 있었다.
한 코치는 경기 후 "(임)애지가 (8강전 승리로) 동메달을 확정한 순간, 제가 12년 전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며 "금메달까지 가보자고 이야기했는데, (동메달이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애지는 메달을 따서 축하하고 (여자 60㎏급 32강에서 탈락한) 오연지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다음에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임애지와 한 코치의 인연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한 코치는 임애지에게 "난 실패한 선수니, 나처럼 되지 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 같은 은메달 선수가 아닌 금메달을 따는 선수가 바라는 마음에 한 자극제였다.
비록 금메달이 아닌 동메달이지만, 최초의 한국 여자 복싱 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를 세운 제자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특히 임애지는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값진 결실을 얻었다. 한 코치는 "부상 때문에 아픈 데도 여자 선수 최초로 메달까지 땄다. 애지가 원래 빠른 발이 무기인데, 다리 부상 때문에 한동안 안 좋았다. 그래도 참고 계속하다 보니까 좋아졌다"면서 "제일 잘하는 건 제 말을 잘 듣는 것"이라며 웃었다.
임애지는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 판에 탈락해 복싱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임애지에게 한 코치는 "3년 후 파리 올림픽이 있다"며 동기부여를 심어줬고, 다시 준비한 끝에 파리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파리 올림픽은 끝났지만 둘의 시선은 다음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임애지가 한 코치에게 "4년 뒤에도 저와 함께할 거죠"라고 묻자, 한 코치는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도전할 것이다. 이번엔 동메달을 땄지만 다음엔 금메달을 목에 걸자"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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