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향한 덕담을 왜곡…함께 뛰자는 올림픽인데 [파리에서]

호주 코치, '옛 제자' 김우민 응원했다가 홍역
우정·존중·배려 사라지고 '결과'만 중시 씁쓸

호주 경영대표팀의 마이클 펄페리 코치. 2024.7.24 /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훈훈한 덕담이었다. 제자의 선전을 바라는 스승의 마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경을 초월한 응원, 어찌 보면 감동적인 장면인데 왜곡돼 엉뚱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기는 것, 과정을 무시한 결과 지향은 스포츠의 우선 가치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 화합의 무대' 올림픽이라면 더더욱 달라야 한다. 그런데 공식 개막 전부터 '관용'을 중시하는 프랑스 중심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호주 경영대표팀 마이클 펄페리 코치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재회한 옛 제자 김우민(강원특별자치도청)을 응원했다가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논란의 상황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경영 경기가 열리는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벌어졌다.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파리에 온 펄페리 코치는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다가 김우민을 비롯한 한국 경영 대표팀을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한국 경영 대표팀은 펄페리 코치의 지도를 받은 인연이 있다. 성과도 좋았다. 펄페리 코치의 수준 높은 훈련을 소화한 대표팀은 지난 2월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등 역대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펄페리 코치는 한국 선수 중 김우민을 특히 아꼈고, 김우민도 자신의 한계를 깰 수 있도록 많은 걸 가르쳐준 펄페리 코치를 잘 따랐다. 그런 애제자를 향한 덕담이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경영 국가대표 김우민. 2024.7.25 /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당시 펄페리 코치는 뉴스1 등 한국 취재진과 약 6분 30초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자의 역영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전달했다. 현장에는 호주 매체를 포함해 외신 기자는 없었다.

문제가 될 만큼 발언 수위가 위험하지도 않았다. 펄페리 코치는 "김우민이 출전할 남자 자유형 400m 메달레이스는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김우민도 경쟁자들과 엇비슷해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우민이 (호주 선수인) 새뮤얼 쇼트, 일라이자 위닝턴 모두 자유형 400m 시상대에 오른다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웃었다.

김우민이 호주 선수들을 제치고 시상대 꼭대기에 서길 바란다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호주 측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결국 자국 코치가 강력한 경쟁자인 김우민에 대해 우호적인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최고의 국제 무대이기에 상대를 의식하는 것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지나쳤다.

그러다 말겠지 싶은 일인데, 두 사람이 '이상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호주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수영연맹 청렴윤리부서는 펄페리 코치와 김우민의 관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란다. 이건 아니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 모인 호주 경영대표팀. ⓒ 로이터=뉴스1

호주의 한 매체는 뉴스1에 따로 연락해 펄페리 코치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을 구할 수 있냐고 요청도 했다. 불필요하게 날이 서 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목표로 공정, 관용, 평등을 내세운 올림픽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참가만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전세계 모든 스포츠인들이 떠들지만 행동은 전혀 다르다. 4년에 한번씩은 스포츠가 각박한 세상을 위로해주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출발부터 씁쓸하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