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선수⑦]'위기의 한국 복싱 희망' 오연지, 파리서 3년 전 아쉬움 날린다

2021년 출전한 도쿄 대회서 첫 경기 패배로 조기 마감
세계 예선서 올림픽 티켓 확보…"후회 없이 싸울 것"

편집자주 ...파리 올림픽은, 역대 최악의 성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대회다. 아예 본선 티켓을 놓친 종목들이 많아 선수단 규모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스포츠에서 섣부른 예측은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어려울 때 탄생한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주위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암울한 전망은 밝은 기대로 바뀐다.

오연지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3년 전 도쿄 대회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예정이다.(대한복싱협회 제공)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한국 복싱 간판 오연지(34·울산광역시체육회)가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3년 전 도쿄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달에 도전한다.

오연지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으나 16강 첫 경기에서 1-4로 판정패, 허무하게 대회를 마쳤다.

이후 3년을 절치부심한 오연지는 한국 복싱의 침체기 속에서도 실력을 더욱 키워 다시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연지가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국이 올림픽 쿼터 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예선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오연지는 지난달 6월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2차 세계 예선 60㎏ 이하급 준결승에서 핀란드의 비타넨 빌마를 꺾고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남자부가 전원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오연지는 54㎏ 이하급 임애지(25·화순군청)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이'한 복싱 선수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오연지는 침체된 한국 복싱을 일으켜줄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2명 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국 복싱을 대표해 '깜짝 메달'을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여자복싱 간판 오연지가 도쿄 올림 예선을 앞두고 출국하고 있다.2020.2.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오연지는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는 압도적 '1인자'다. 그는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고 2017년 대회까지 2연패에 성공했다. 2022년에는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또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선수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까지 수확했다.

그러나 오연지의 선수 생활이 잘 풀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4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판정패로 탈락했고 이에 오연지의 코치진이 링으로 올라가 항의하다 6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도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를 했지만, 판정패로 탈락하며 올림픽 꿈을 다음으로 미뤘던 바 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오연지는 파리에서 그동안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올림픽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까지 3년간 장점인 정교한 스텝을 앞세운 다양한 기술을 더욱 가다듬었고, 도쿄 대회에서의 실패를 경험 삼아 '여유'라는 무기도 장착했다.

부담감은 내려놨다.

오연지는 "밤에 에펠탑도 보고, 바게트도 사 먹고, 파리 올림픽과 파리라는 도시 자체도 즐길 계획"이라며 "스스로를 믿은 뒤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후회 없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