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서민규, 신동에서 '차준환 후계자' 예약…"2030 동계올림픽 도전"
김연아 이후 18년 만에 세계주니어 金 쾌거
"트리플 악셀 완성도 높이고 쿼드러플도 도전"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서민규(16·경신고)가 단숨에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서민규는 지난 2일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80.58점, 프리스케이팅 150.17점을 받아 총점 230.75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서민규는 나카타 리오(일본·229.31점)를 1.44점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 남자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남자 피겨를 대표하는 차준환(23·휘문고)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남녀 선수를 합해도 2006년 김연아(은퇴) 이후 18년 만에 나온 결과였을 만큼 대단한 일이다.
서민규는 4세 때 피겨를 시작한 뒤 뛰어난 스케이팅 스킬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신동으로 불렸다.
서민규는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동메달을 따냈고 올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 점프까지 완성했다.
차근차근 성장한 서민규는 지난해 9월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역대 3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역시도 차준환 이후 7년 만에 나온 성과였다.
서민규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1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으나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서민규는 경기를 마치고 키스앤크라이존에서 1위가 된 것을 확인한 순간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동안 남자 피겨의 '기대주' 정도로 평가되던 서민규는 이번 결과로 '차준환 후계자'의 자리를 굳혔다. 현재 남자 싱글은 차준환이 10년 가까이 독주를 하는 상황인데 서민규의 등장으로 미래가 더욱 밝아졌다.
4일 귀국한 서민규는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3년 연속 은메달을 차지한 신지아(15·세화여고)도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엄청난 성과를 낸 서민규에 대한 관심도 컸다.
서민규는 "이전에는 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 아무도 없었지만 이제 많이 계시다 보니 새롭다"고 웃었다.
많은 사람이 서민규에 대해 '차준환을 이을 재목'이라고 평가하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아직 그 정도 경지에 이르기엔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서민규는 "나와 (차준환 선배)를 비교하는 것은 과분하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만 하다 보면 좋은 수식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서민규는 그동안 외국이나 서울에서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자신이 나고 자란 대구에서 훈련을 해왔다.
서민규의 어머니는 대구에서 20년 넘게 피겨스케이팅 코치로 활동하고 있고 아버지는 대구에서 피겨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민규도 다른 이들처럼 서울에서 훈련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대구에서 단련했다.
서민규는 이에 대해 "무작정 서울에서 훈련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 관계없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경기력을 결정한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서민규는 지난 1월 강원도에서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김현겸(18·한광고)에게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지금 기량이라면 더 높은 무대에서도 빛날 수 있지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 규정 개정(만 15세→만 17세)에 따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도 나설 수 없다.
서민규 역시 아쉬움은 있지만 그다음 무대를 노리겠다는 각오다. 서민규는 "2030 동계올림픽(개최지 미정)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를 높이고 쿼드러플(4회전) 점프도 성공시켜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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