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없어도 껄끄럽다…방망이 짧게 쥔 '4번타자' 강백호 [준PO]

'PS 타율 0.545' 컨택트 위주 배팅으로 맹활약
강백호 "최선의 플레이 위한 선택"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kt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24.10.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일발 장타 한 방이 연상되는 위치가 4번타자라지만, KT 위즈의 4번 강백호(25)는 포스트시즌 들어 방망이를 평소보다 더 짧게 쥐고 있다. 상대 투수의 입장에선 장타를 맞을 확률은 줄었지만 그의 타석에서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건 한결 까다로워졌다.

강백호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강백호는 이날 KT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문상철의 2점홈런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으며, 6회에도 찬스를 이어가는 중전 안타를 때렸다.

지난해 부상으로 가을야구를 함께 하지 못했던 강백호는, 올해 그 한을 풀어내듯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감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의 타율은 11타수 6안타(0.545)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강백호가 때린 6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라는 것이다. 강백호는 정규시즌에 27개의 2루타와 26홈런을 때려내며 여전한 장타 능력을 과시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선 장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T공격 2회초 1사 상황에서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24.10.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이는 강백호가 의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포스트시즌 들어 방망이를 짧게 쥐면서 콘택트에 집중하고 있다. 장타를 의식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1-2루 간으로 타구를 보내는 '팀 배팅'을 하는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강백호는 워낙 콘택트 능력도 좋은 타자다. 2018년 데뷔한 그는 첫해 29홈런을 쏘아 올리며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썼는데, 이듬해인 2019년엔 홈런이 13개로 줄어든 대신 타율이 0.290에서 0.336으로 올랐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도 3할3푼 이상의 높은 타율을 과시했다.

올해는 타율이 0.289로 다소 낮아진 대신 홈런 등 장타가 다시 늘어났는데, 포스트시즌에선 다른 접근 방식으로 팀에 기여하는 상황이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KT공격 2회초 1사 상황에서 강백호가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2024.10.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강백호는 "경기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출루를 목표로 좋은 콘택트를 만들자는 생각인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를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선 장타 부담은 줄었지만 상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에이스급 투수들이 줄줄이 나오는 포스트시즌이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백호의 선택은 현재까지는 제대로 적중하고 있는 셈이다.

사령탑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진작에 그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며 웃은 뒤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아서 4번 타순에 배치하고 있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콘택트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