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쿠에바스, 이번엔 로하스…중요할 때마다 '미친 외인' 나오는 KT
로하스, 5위 결정전서 극적인 역전 홈런포로 승리 견인
정규시즌에도 타선 독보적 존재…'가을야구' 활약 기대
- 권혁준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3년 전 1위 결정전에 이어 5위 결정전까지. KBO리그 사상 단 2번뿐이었던 '타이 브레이커'를 모두 치른 KT 위즈는 2게임 모두 팀명처럼 '마법 같은' 승리를 거뒀다. 3년 전엔 윌리엄 쿠에바스, 올해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믿기지 않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1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4-3으로 이겼다.
KT는 2021년 사상 첫 타이 브레이커를 통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같은 승률을 기록하면서 바뀐 규정을 처음 시행한 팀이 됐는데, 1-0의 신승을 거뒀다.
승리의 과정은 짜릿했다. 쿠에바스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이후 단 이틀을 쉬고 등판했음에도 7이닝 99구 8탈삼진 무실점의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올해도 KT의 로스터엔 쿠에바스가 있었지만, 주역은 로하스로 바뀌었다. 로하스는 사실상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KT의 새로운 마법사가 됐다.
이날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로하스는 3타수 2안타(2홈런) 2득점 4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로하스가 아니었다면 KT는 빈공에 허덕일 수 있었다.
2개의 안타는 모두 홈런이었고,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나왔다.
로하스는 1회 첫 타석에서 SSG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중요한 경기에서 먼저 득점을 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KT는 이후 3회와 5회 실점해 역전했고, 8회엔 구원 등판한 고영표가 최정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1-3까지 벌어졌다. 흐름상 역전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KT에는 로하스가 있었다. 8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이 안타를 치고 나가며 불씨를 지폈다. 그러자 SSG는 선발투수 김광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는데, KT 역시 대타 오재일을 내 안타를 때리며 기세를 올렸다.
무사 1,3루의 기회에서 또 한 번 로하스가 나왔고, 로하스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2볼 노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밋밋하게 들어온 체인지업은 좋은 먹잇감이었고, 타구는 쭉쭉 뻗어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2점 차의 상황에서 나온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 늘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는 로하스조차도 포효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승부가 갈렸다.
로하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시즌 간 KT에서 뛰었고 2020년 최우수선수(MVP)를 받을 정도로 '엘리트 외인'이었다.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30대 중반이 된 로하스의 기량에 의문부호도 붙었지만 로하스는 건재했다. 정규시즌 0.329의 타율에 32홈런 112타점으로 여전한 활약을 펼쳤다. KT 타선에서 로하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이어진 5위 결정전에서도 원맨쇼로 팀을 5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향하게 했다. KT는 계속해서 벼랑 끝 승부를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로하스의 '미친 활약'이 계속된다면 '마법' 같은 순간을 또 한 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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