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질주' KIA의 후반기 전략…"욕먹더라도, 질 경기는 깔끔하게 진다"

이범호 감독 "이길 경기 잡고, 지는 경기선 투수 아껴야"
"타이트한 경기는 판단 잘 해야…장마 상황도 잘 체크"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완벽하지 않았고,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반기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즌 종료 때 순위다. 끝까지 1위를 수성하기 위한 KIA 타이거즈의 전략은 "잘 져야 한다"는 것이다.

KIA는 10일 현재까지 진행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49승2무33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9일 열린 2위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도 승리하면서 격차를 4.5게임 차까지 벌렸다.

시즌 전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IA는 개막 이후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6월 한때 LG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을 것을 제외하곤 계속 1위였다.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등 선발진의 공백이 많았고 그 여파로 탄탄하던 불펜도 흔들렸다. 전반기 막바지엔 마무리 정해영도 어깨 회전근 염증으로 빠졌다.

선두지만 승률은 6할이 되지 않고(0.598) SSG 랜더스(3승6패), 롯데 자이언츠(3승1무7패)에 상대 전적에서 밀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달 25일 롯데전에선 1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5-15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경험도 있다.

그나마 김도영과 최형우를 주축으로 한 타선의 힘이 KIA의 버팀목이다. 부진하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나성범도 살아나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 /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후반기 계획에 대한 이범호 감독의 첫 마디는 "잘 버티자"는 것이었다. 감독 스스로도 팀의 전력이 압도적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전략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이기는 경기에 확실히 이기고, 지는 경기는 확실히 져야 한다"면서 "제가 좀 욕을 먹고 팬 분들께서 화가 나시더라도 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질 경기'를 구분하는 것은 곧 불펜 필승조의 무리한 투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마무리투수가 공백 상태인 데다, 2군 등에서 올려 쓸 투수도 마땅치 않은 KIA로선 더더욱 필승조를 아껴야 하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지고 있는 경기에서 점수를 한두 점 따라가기 위해서 투수들이 등판하는 것은 잘 생각해야 한다"면서 "곧 장마도 오기 때문에 다음 2~3일 정도의 기상 예보 등도 고려하면서 투수를 기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KIA 타이거즈 필승조 전상현.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이길 경기와 질 경기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은 이 감독 외에도 많은 사령탑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다만 막상 한두 점 차의 박빙 상황에서 이를 칼같이 이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감독도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타이트한 경기에선 결국 확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길 수 있겠다고 마음먹고 운영하다가 지는 게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부분에서 벤치의 판단 미스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후반기 로테이션도 고민 끝에 결정했다. KIA는 좌완 선발만 3명인데, 그중 양현종과 캠 알드레드를 2, 3번째 순서로 붙이고, 윤영철은 5선발로 나선다.

이 감독은 "알드레드가 투구폼이 좀 더 까다롭고, 양현종은 폼이 예쁘고 정석적인 편"이라면서 "알드레드를 상대한 뒤 다음 날 양현종을 상대하면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둘의 자리를 바꿨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