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 키우며 전기세 '빠듯'…6000만원 안 준 남편 '벤츠' 탔다"

'한시적 긴급제'도 최대 1년…한부모 "선지급제 도입 절실"
9월 출국금지 등 제재절차 간소화…양육비 미지급 해결 기대

양육비 미지급 문제 사례자인 신수연 씨 (여성가족부)

#. 4년 전 이혼한 40대 신수연 씨에게 매달 20만 원의 '한시적 긴급 지원금'은 동아줄이다. 홀로 네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전기세를 내는 것도 힘들었다. 신 씨가 생계를 위해 뛰어다닐 때 전 남편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신 씨가 받지 못한 양육비는 총 6400만 원이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빠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될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 문제로 고통받는 한부모 가정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중위소득 100% 이하 한부모 가구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매달 20만 원을 주는 제도다.

신 씨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달이 '한시적 긴급 지원금'을 받는 마지막 달인데, 오늘 집 대문에 전기를 끊겠다고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며 "선지급제가 안 된다면 희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2015년 도입된 한시적 긴급지원제도(중위소득 75% 이하 한부모에 최대 12개월간 월 20만 원)의 확장판이다.

한시적 긴급 지원제는 최대 1년간 주어진 금액이라, 한부모 가정에게는 추가 기간 연장이 절실했다.

신 씨는 "지난해 공과금이 연체돼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을 받았고, 9개월에 이어 3개월 더 연장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전국체전 청소년 대표로 뽑힌 셋째 아이가 '1등 하면 상금을 엄마에게 준다'고 했을 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남편은 이혼할 때 (친정아버지가 물려준) 가게에서 장사를 하게 해주면 양육비를 500만 원씩 주고 아버지에게 권리금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준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든, 재산이든 다 시아버지 명의로 돌려놨다"고 전했다.

신 씨가 이행관리원 만났지만 지금까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현행법으로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행관리원은 양육비를 안 주면 예금이나 재산, 월급 등을 압류한다. 하지만 전 남편처럼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하거나 신용카드도 일절 쓰지 않는다면 양육비를 못 받는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하고, 올해 9월 독립을 앞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도 중요한 배경이다.

실제 한국에서 소송으로 양육비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양육비 소송 절차는 복잡하고 장기전이다.

출국금지 조치를 통해 양육비를 받아낸 50대 여성 최 모 씨(여성가족부 제공)

지난해 출국금지를 통해 양육비 1억 2000만 원을 모두 받은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 경우에도 시간은 약 10년 소요됐다.

2015년 이행관리원을 처음 만난 50대 여성 최 모 씨는 "2015년 재산 명시, 재산 조회, 채무 불이행자 명부 등재, 양육비 이행 명령, 감치명령까지 신청했지만 양육비를 계속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살던 최 씨의 남편은 한국에 잠깐 귀국했을 때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알았다. 양세희 이행관리부 부장(변호사)은 "상대방이 해외에 있다 보니 (법원 소장) 서류 전달이 굉장히 지연됐고, 공시 송달 자체도 최후의 수단이라 소송 진행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그래도 출국금지라는 제재조치가 있었기에 양육비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9월부터 제재 조치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최 씨와 같은 사례가 늘 것으로 본다. 2~3년 걸리는 감치명령 판결 없이도 제재 조치(명단 공개·출국 금지·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