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최고가 희귀약 '20억원'…"접근성·재정건정성 균형 중요"
윤지은 교수 분석 결과…2021년 희귀약 처방 규모 1조600억
이뮤네이트주 약가는 524원…"공급 중단되지 않게 관리 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1년 기준 환자에게 희귀의약품(희귀약)이 건강보험 적용으로 총 1조600억원 규모 처방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기간 건강보험(의료급여 포함) 진료비 106조원 중 약품비 청구 금액은 약 23조8000억원(22.4%)이었다. 희귀약은 약품비의 약 4.5%를 차지했다.
6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에 따르면 윤지은 청주대학교 제약공학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희귀의약품 지정 목록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데이터(2021년 기준)를 활용한 '희귀의약품 사용 및 건강보험 지출' 연구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국내에서 희귀약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인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 △적절한 치료 방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되거나 기존 대체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윤 교수는 우선 희귀약으로 지정된 289개 품목 중 197개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으로 환자에게 쓰였으며, 이는 전체 약품비 청구 금액의 약 4.5%인 1조600억원 규모라고 진단했다.
가장 처방 건수가 많고 건강보험 약품비 지출 규모가 컸던 그룹(ATC·국제 의약코드 기준)은 항암제 등의 '항종양제 및 면역조절제(L)'였다. 전체 희귀약 처방 건수의 54.2%(381억건), 지출 규모의 64.4%(6880억원)를 차지했다.
이밖에 처방 건수는 '비뇨생식기계 및 성호르몬(G)'과 '혈액 및 조혈기관(B)'이 각각 181억건(25.7%), 72억건(10.3%)으로 많았고 약품비 지출 규모는 '소화관 및 대사(A)'와 '혈액 및 조혈기관'이 1384억원(13%), 633억원(5.9%)으로 높았다.
환자당 지출 수준이 가장 큰 의약품은 '소화관 및 대사(A)' 그룹으로 환자당 약 9100만원이 지출됐다. '항종양제 및 면역조절제(L)'의 환자당 지출 수준도 25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윤 교수는 "성분별 처방 건수와 약품비 지출 규모, 환자당 지출 규모 순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처방 건수는 많지 않지만, 환자당 지출 규모가 큰 그룹의 성분들이 뚜렷하게 구분됐다"면서 "이는 대부분 상당히 고가인 혁신신약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뉴시너넨'은 희귀약 중 처방 건수 순위는 105위에 불과했으나, 전체 지출 규모와 환자당 지출 규모는 각각 4위와 9위에 해당한다. 이 성분에 해당하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주'의 건강보험 약가는 9235만원으로 전체 희귀약 가격 중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아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주(1회 투여에 3억6000만원)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주(1회 투여에 20억원) 등 초고가 치료제들이 건강보험에 등재됨에 따라 약제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윤 교수는 "혁신신약에 해당하는 희귀약은 일반적으로 제약사의 시장독점권이 보장되다 보니 일반 의약품보다 높은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된다"며 "희귀약의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들이 오히려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처방 건수는 상당히 많지만, 재정 지출규모는 크지 않은 약들도 있었다. 혈액응고인자 제제는 청구 건수가 3위에 해당하나, 전체 약품비 지출 규모와 환자당 지출 규모는 각각 52위, 36위로 비교적 낮다. 여기에 해당하는 약인 이뮤네이트주의 약가는 524원에 불과하다.
윤 교수는 "희귀약에는 고가신약에서부터 저가약까지 포함돼 있어 각기 다른 관리정책이 요구된다"며 "희귀약 사용 및 지출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찰할 자료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고가신약에 대해서는 높은 재정지출에 대한 성과를 담보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저가약에 대해서는 시장성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건강보험 입장에서 약제비 지출이 점차 증가할 텐데 희귀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과 재정 지속가능성 간의 균형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보험당국의 체계적인 자료 구축을 통해 희귀약 사용 현황을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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