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아픔 딛고 '인생 2막' 연 김창룡…청소년 멘토됐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 '10만 회원' 한국청소년육성회 총재로 '제2의 인생'
"여청과장 시절 가장 큰 보람…사이버 도박 예방 교육 사업 추진할 것"
- 이기범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종훈 기자 = '2대 8' 가르마로 단정히 빗은 머리. 테가 얇은 안경. 2년 전과 겉모습은 달라진 게 없지만 명패에 적힌 직함은 바뀌었다. 한국청소년육성회 총재 김 창 룡. 사무실 양옆에 나란히 놓인 태극기와 한국청소년육성회 깃발. 2년 전 경찰복을 벗은 후 김창룡 전 경찰청장(59·경찰대 4기)의 현재를 나타내는 풍경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청소년육성회에서 만난 김 전 청장은 회색 양복을 반듯하게 입은 채 한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양어깨의 무궁화 계급장을 내려놓은 김 전 청장은 '경찰국 사태'로 사퇴했던 2년 전의 모습과 같으면서도 달랐다.
김 전 청장은 올해 2월부터 한국청소년육성회 총재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청소년육성회는 1964년 9월 경찰청 허가법인으로 설립돼 현재 115개 지구회에 10만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34년을 경찰로 일한 김 전 청장은 청소년 지원 활동에 매진하며 인생의 두 번째 장을 열었다. 경찰 시절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을 역임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게 계기였다.
김 전 청장은 "청소년 육성 선도 지원이라는 가치 있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어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고, 열정을 다해 임하고 있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청소년 육성 지원 선도 활동을 위해 민관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을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여청과장 시절 민관협력 필요성 절실히 느껴"
-청소년육성회 총재를 맡게 된 배경이 뭔가.
▶"경찰 재직 중 서울청 여성청소년과장과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을 하면서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과 대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도 실감했다.
청소년 문제는 다양한 정책 수단과 맞춤형 대응이 절실한데 국가 자치단체 등 공적 영역에서는 형평성 문제로 개개인에게 특화한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절감하며 대안으로 민간 영역과 체계적이고 다양한 협업 방안에 관심을 두게 됐다. 청소년육성회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긴밀하게 협업하는 중요 민간단체 중 하나였다.
전임 허준영 총재께서 큰 역할을 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육성회 총재 제의가 있어 청소년 육성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맡게 됐다."
-경찰 시절부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청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재직한 2014년은 청소년,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문제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지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때였다. 경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보람 있고 자부심을 느낀 시기였다. 당시에는 여성·청소년 관련 지원 정책이 미흡했는데 이제는 잘 자리 잡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처음 만들어 가던 과정이었고, 교육부나 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협업해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정책을 만들었다.
특히 여청과장을 할 때 가정폭력솔루션팀을 만들었다. 당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는 경찰, 법률 지원은 법률지원공단, 주거 지원은 지자체, 의료 지원은 보건복지부가 맡아 지원이 많지 않은데 피해자가 일일이 각 기관을 방문해 따로 지원 신청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솔루션팀을 구성했다. 민관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5개월 동안 성과는?
▶"사단법인은 회원들의 회비와 외부 지원으로 운영되는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청소년 육성 지원 선도 활동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실정이다. 우선 지속적인 활동 기반을 확충하는 데 중점을 뒀으며, 정책 기능 강화, 현장 우수 활동 사례 공유 확산, 발전협의회 구성, 발전 방안 마련, 홈페이지 전면 개편 등을 추진했다. 향후 발전협의회에서 제시된 방안 중 중요도나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진 정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9월 11일 창립 60주년 행사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종합·정리해 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소년의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민관 협업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자립 준비 청년, 학교 밖 청소년 등 멘토링·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청소년들이 게임처럼 도박을 접하고 있다. 참여자와 피해 금액 모두 커지고 있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예방을 체계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청소년 도박 방지 대책과 예방 활동은 부족한 실정인데, 청소년육성회는 경찰청 등과 협업해 청소년 대상 불법 사이버 도박의 폐해와 실상을 알리는 예방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수사 구조 개혁"
김 전 청장은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원년의 수장으로 불린다. 김 전 청장은 경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도 "수사 구조 개혁 방안 입법화 이후 2021년부터 국가수사본부 창설 등 조직 개편, 국민 중심 책임 수사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한 것"을 꼽았다.
-34년간 경찰 생활을 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0년 7월 경찰청장으로 왔을 때 가장 큰 현안은 수사 구조 개혁이었다. 해당 법안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돼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이 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관련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개편하는 게 중요했다. 경찰과 검찰의 상호 협력 수사 준칙도 새로 제정해야 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어서 이를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내부에서 수사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법 시행 당시 국민들께 약속드렸던 것은 국민 중심의 책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하며 3중 심사 체계를 갖춰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준비했다. 초창기에는 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했다. 일선 수사 인력을 1500~2000명 늘릴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실제로는 500명 증원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2021년 당시 수사 경찰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다. 일선서에서는 수사부서 기피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이버수사팀, 경제팀, 지능팀을 합쳐 통합 수사팀을 운영하는 방안, 수사 부서 인력 우선 지원, 수사 부서 근무자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년 6개월간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본다. 후임인 윤희근 경찰청장께서도 수사 부서에 대한 전폭적인 인력 증원과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를 추진해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잦아들고, 사건 처리 기간도 단축되는 등 제도가 안착했는데, 이러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는 경찰의 미래 치안 대책인 '미래 비전 2050'을 마무리하지 못한 점과 경찰국 신설 논의 과정에서 경찰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퇴임하게 된 점을 꼽았다.
◇"정치권 제안 많았으나 성격적으로 안 맞아" 선 그어
김 전 청장은 사임 전후로 정치권 진출설이 불거져 나왔다. 김 전 청장은 이와 관련해 "그런 이야기나 제안이 많았다"면서도 "성격적으로 맞지도 않고, 한 번도 정치권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 생각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찰 총수인 김 전 청장은 2022년 7월 경찰청장 임기가 불과 18일 남은 시점에 경찰국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 전 청장의 퇴임식은 열리지 못했지만, 김 전 청장은 당시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 오면 같은 선택을 하겠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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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창룡 전 경찰청장(59·경찰대 4기)이 '경찰국 파동'으로 사퇴한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22년 7월 5일 청장직에서 내려온 후 언론 인터뷰를 고사해 왔으나 최근 의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경찰국 사태 당시 소회와 자신의 인생 2막에 관한 이야기를 밝힐 시점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은 두 차례에 걸쳐 김 전 청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