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실업급여 삭감'에 강력 반발…"저임금 노동자에 고통전가"
당정, 실업급여 삭감·폐지 예열에 노동계 반발…"질낮은 일자리가 근본 원인"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가 12일 실업급여에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 추진을 천명하자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노동개혁특위-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 제도개선 △구직자가 더 활발한 구직활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방안 필요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구직활동을 촉진하면서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행정조치 강화 등에 뜻을 모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요건으로 단기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관행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논평을 통해 "한국의 수급기간이 4~9개월로 외국에 비해 짧은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그 결과 실업 후 1년도 안돼 직전 임금대비 실업급여 비율이 OECD 평균에 비해 절반 수준인 24%로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노동자들이 실업에 처하게 되는 경우 생계 보장을 위한 조치인 급여 하한액 보장은 사회보험의 연대성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장려해야 할 부분이지 백안시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전 정부 탓을 하지만 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인상률 수준이며, 실업급여 상한액은 5년째 동결되고 있다는 점은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마치 '기금 도둑'으로 몰아세워 실업급여를 깎겠다는 발상은 당장 거두어야 한다"면서 "저임금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실업급여 삭감 개악 저지, 사회안전망 강화, 공공성 확대를 위해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이 실업 이전 18개월 동안에 180일 이상이어야 하며, 한국은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비자발적 실직에 대해서만 급여 지급대상이 된다"며 "무조건적 급여지급이 아니라 도덕적 해이, 노동의욕 저하를 제어하는 매우 엄격한 수급 요건을 이미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수급받는 것은 그들이 그런 일자리를 원해서가 아니라, 고용과 퇴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단기·임시 고용형태의 질낮은 일자리라는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그런 실업 노동자들의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단기‧임시‧계약직 등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실업급여 삭감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계약 종료와 해고, 권고사직이 만연한 노동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 고용보험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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