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해" 공개 번호로 쏟아진 문자 폭탄, 스토킹 처벌받나

국힘 "불안감 유발하는 문자 계속 전송"…민주노총 "의사 표시"
의원 이름·연락처 입수 경위에 따라 처벌 갈려

국민의힘 탄핵촉구 문자행동 안내문. (민주노총 제공)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탄핵 표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소속 의원들이 업무방해, 정신적 고통 등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선 민주노총이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문자 링크 및 홈페이지 문구가 실제 문자 발송이라는 행위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유명 정치인들을 향한 문자는 정치적 의사의 표출일뿐, 테러나 스토킹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힘 '스토킹 행위'…민주노총 '문자 폭탄', 정치적 의사 표현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스토킹 처벌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가 배당받아 현재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수사 의뢰 대상에 문자를 보낸 시민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 촉구 문자 행동에 동참해 주세요'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글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불참 국회의원의 이름, 지역구, 전화번호가 담겼다. 일각에선 해당 번호를 기반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문자가 일괄 전송되는 링크가 만들어지면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불안감을 일으키는 문자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의원들에게 전송된 점, 사이트를 만들어서 개인 정보를 게시 후 불특정 다수에게 탄핵 문자를 보내라고 독려한 점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으로 글, 말 등을 반복적으로 도달하는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끼게 할 시 이를 스토킹 행위로 간주, 처벌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문자 발송이 정치적 현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전달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위법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자 발송 운동은 3년 전부터 법안 통과 촉구 등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해왔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것이다 .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 통과 촉구 등 여러 현안이 있을 때마다 문자를 보내며 의사 표시를 했지만 수사 대상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많은 문자가 쏟아진 건 그만큼 민심의 분노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해해야지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전화번호 등 불법 수집했다면 위법성 입증될 수도

국회의원들이 '문자 폭탄'의 대상이 된 건 여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계속돼 왔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 촉구 문자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2023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비명계 등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문자 테러를 받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민주노총이 개인 정보를 얻게 된 경위에서 불법적 요소가 발견되거나, 시민들의 문자 발송을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독려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위법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의원들을 향한 집단 문자 발송이 실제 처벌 대상이 된 적이 없는 점, 유권자의 반복적 의사 표현을 스토킹으로 본 사례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태연 대표변호사(태연 법률사무소)는 "민주노총이 국회의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정보는 지역구 거주자나 당원들에게 이미 공유됐을 가능성이 있고, 해당 정보가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