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믿을 수 없는 광경" 광화문 시민들 "윤석열 퇴진"(종합)
"소설책, 우리 얘기 됐다"…"기말고사 끝나면 학생들 나올 것"
민주노총·민변 등 시민사회 "국회, 신속한 탄핵소추 의결해야"
- 정윤미 기자, 유수연 기자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이가 된 그것.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려 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소설 '소년이온다' 중에서-
(서울=뉴스1) 정윤미 유수연 기자 = 스무살 대학생 김태인 씨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읽었다. 그러면서 "2024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며 "역사·소설책에서만 봤던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인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와 전남 일대에도 계엄령이 한창이었다.
김 씨는 전날 오후 늦게까지 학교 과제를 하던 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접하고 새벽 3시까지 잠 못 이뤘다고 했다. 그는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서 글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에 하던 일을 멈추고 새벽 택시를 타고 곧장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갔다. 동이 튼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인천에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유 모 군도 이날 자유 발언대에 올라 "초중고에서 배운 자유 민주주의와 너무 다르다"며 "다가오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이 (광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 군은 "저희 학생들이 선봉에 설 테니 여러분이 학생들을 지켜달라"며 "민주주의를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찬 바람 부는 추운 날씨 속에서 두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윤석열은 물러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시민 힘으로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연호했다. 주최 측은 집회 참석자를 500명으로 추산했다.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두줄로 널찍이 떨어져 지키고 있었지만,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이 새벽 전면적 총파업 투쟁을 선포하고 생산을 멈췄다"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단호한 각오"라고 밝혔다. 이어 "윤 정권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윤 정권 스스로 종말을 고하는 선언"이라며 "민주노총은 시민들과 함께 윤 정권 퇴진 광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도 "주권자인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경거망동하고 황당무계한 미치광이 짓 앞장서서 저지해 낼 것"이라며 "국회에도 신속하게 탄핵소추를 의결해 주시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경찰 및 수사 당국을 향해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전환해 내란죄로 수사하고 체포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대통령 불체포특권은 내란죄·외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 행위가 내란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지금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해달라"며 "(대통령) 직무 정지하는 것만이 제2 쿠데타, 제2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한다"며 "모든 국민들은 2024년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이 믿지 못할 상황 앞에서 황당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오후 3시 시국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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