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는 계엄령, 출근길엔 캐럴…시민들 "현실 아닌 것 같아"

"살면서 계엄령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진짠지 믿기지 않아"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시민들 놀란 마음 쓸어내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만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호외를 가져가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제가 살면서 계엄령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서울=뉴스1) 이기범 김종훈 유수연 기자 = 4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앞. 50대 직장인 안 모 씨는 커피를 사 들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 씨는 "어제 계엄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계엄 해제가 됐더라"며 "큰 불편은 없었지만 앞으로 사태를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출근길 곳곳은 간밤의 비상계엄 소식과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채워졌다. 라디오에서는 계엄 관련 얘기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뒤섞여 나왔다. 긴박했던 밤과 대조되는 평온한 아침에 시민들은 현실이 아닌 거 같다고 토로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원생 이 모 씨(28·남)는 "당장 출근해야 하는데 (계엄 소식이) 진짠지 체감이 안 됐다"며 "방송 보니까 국회로 군이 들어오고, 헬기까지 들어오니 불안하고 심장이 뛰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새벽에 의결될 때까지 마음이 쪼들렸고, 밤새 뉴스를 보느라 피곤한데 국회에서도 190명의 의원이 나와 전원 찬성으로 가결 처리해 그나마 잘 해결된 거 같아서 다행이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학생인 A 씨(25·여)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뉴스로 국회에 출동한 공수부대를 보고 나서 실감이 났다"며 "계엄 사태가 완전히 끝난 건지,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 행보가 어떻게 될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서대문행 버스에 몸을 싣던 김기철 씨(59·남)는 "계엄령이 해제가 안 됐으면 걱정이 됐겠지만, 다행히 국무회의 의결된 걸 확인하고 출근했다"며 "아이도 학교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교육부 공지가 나와 정상 등교했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