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게 가슴밖에 없어"…필라테스 수강생 단체로 원장 고소[사건의재구성]

수강생에게 막말한 필라테스 원장, 벌금 100만원 선고
거침없었던 원장 "못 느끼는 몸" "초등 딸처럼 멍청해"

2021.1.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A 씨는 지난 2020년 여름 부푼 꿈을 품고 서울 성동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했다. 필라테스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 취득이 필수였다.

몇백만 원씩 하는 수강료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원장 김 모 씨(49·여)를 믿고 거금을 투자했다. 김 씨는 탄탄한 커리큘럼과 체계적인 수업을 약속했다.

A 씨를 비롯해 총 4명의 수강생이 자격증반에 모였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강생들은 부지런히 김 씨의 동작을 따라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의 본색이 드러났다. 김 씨는 수업 도중 A 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머지 3명의 학생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다.

"못생긴 선생님. 넌 볼 게 가슴밖에 없다."

김 씨의 폭언은 세 달가량 지속됐다. 그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대부분 A 씨를 향한 막말이었지만, 나머지 수강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씨는 수강생들을 '몸 병신'이라고 지칭했다.

급기야 김 씨는 A 씨를 향해 "남자랑 XX해도 저런 사람은 못 느낀다"며 특정 성기 부위를 언급하며 비하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수강생에게는 "멍청한 게 초등학생 딸이랑 똑같다"는 말도 내뱉었다.

결국 참다못한 수강생들은 단체로 김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고, 김 씨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김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김 씨에게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지난 18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상당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발언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필라테스 수요가 늘면서 검증되지 않은 기관이 우후죽순 '자격증 장사'에 나서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필라테스의 경우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단순 등록 절차만 밟으면 민간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필라테스의 경우 공인 자격증이 없어 강사 양성 기관에 대한 공신력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