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주식을 3만원에"…리딩방 사기로 55억 가로챈 일당
"상장되면 200~300% 수익 보장"…피해자 286명 속여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46명 검거·5명 구속
- 유수연 기자
"상장되면 200~300% 수익""주식 수량을 맞추면 높은 가격으로 되사준다"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투자 전문가인 척하며 액면가 100원인 비상장 주식을 최대 3만원에 판매한 불법 텔레마케팅 일당 4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부정거래·범죄단체 등 조직 혐의로 텔레마케팅 총책 5명과 비상장 회사 대표 등 46명을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텔레마케팅 영업단 사장 2명, 회사 대표, 주식 브로커 등 5명은 구속돼 9월 말쯤 송치됐다.
영업단 일당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들을 리딩방으로 유인해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 100원의 30배에서 최대 300배까지 부풀려 판매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286명으로부터 55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개별 피해 금액은 20만 원에서 5억 원까지 다양했다.
지난해 9월 경영난을 겪던 비상장 회사 대표는 주식 브로커의 소개로 불법 텔레마케팅 영업단을 소개받았다. 대표는 5개의 영업단을 통해 회사의 주식을 유통하고 수익금을 나누기로 공모했다. 영업단 직원들이 범죄 수익의 70%를 나눠 가졌고, 대표는 20%, 브로커는 10%를 챙겼다.
영업단은 주식 투자 카페에 허위 투자 성공담을 자랑하며 리딩방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일당은 'OO 캐피탈' 등 가짜 명함을 사용해 피해 손실 복구 또는 집단 소송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리딩방에서 피의자들은 각종 사업 계획서, 사업 및 투자 유치 관련 홍보성 인터넷 기사 등을 공유하며 "24년 1분기에 코넥스 등에 상장 예정"이라며 "상장되면 200~300% 수익이 보장된다"고 속였다.
이들은 유튜브 방송으로 무료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거나 상장이 확정된 유명 비상장 회사 주식을 소량 확보해 1주를 미끼 상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일부 주식을 구매한 피해자들에게 "매수자가 몰리고 있다"며 "일정 주식 수량을 맞추면 높은 가격으로 되사주겠다"고 추가 매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업셀' 영업 방식으로 피해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대표는 회사의 법인 계좌를 범행에 직접 제공하고 실제 피해자들이 계좌에 매수한 주식 수량을 입고시키는 등 피해자의 의심을 피했다.
영업단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 내 개인 휴대전화 사용 금지, 직원들 사이에도 가명 사용 및 텔레그램 소통 등 규칙을 정하고 사무실 압수수색 당일까지 범행을 이어갔다. 영업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2개 조직엔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죄가 적용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기존 리딩방 사기는 피해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적극적 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했다"며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는 범죄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 제도권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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