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 앞둔 유족 "진실 밝히는 것이 재발 방지의 길"

참사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서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이 골목에 서면 그날의 아비규환이 귀에 생생히 들려 힘들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2주기를 5일 앞둔 21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재발 방지의 길"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2주기 집중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이태원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오후 1시 59분에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안지중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너무 많이 오기 힘든 이 장소에 유가족들이 다시 섰다"며 "2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아픔과 슬픔은 아직도 고스란히 저희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이 골목을 찾아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아픈 이유는 이 골목에 서면 그날의 아비규환이 귀에 생생히 들리기 때문"이라며 "참사가 발생하고 2주기가 다가오는 동안 왜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정민 위원장은 또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선고 공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왜 예견하지 못 한 일로 이렇게 힘든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흔들림 없이 역할 해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며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는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생명과 안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 박영수 씨는 무죄 선고가 내려진 박 구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의 1심을 언급하며 "책임 있는 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하기 위해 무엇보다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고 이지현 씨의 어머니 정미라 씨는 "축제를 즐기는 것은 당연한 일상임에도 참사 당일에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2차, 3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며 "'놀다가 죽었다'는 폄훼성 발언으로 희생자들을 부적절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기억하고 연대해 또 다른 참사를 막아내자", "혐오를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의 파란색 가벽에 포스터를 붙였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26일 이태원참사 당시 첫 신고가 들어온 시간을 상징하는 저녁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생존 피해자, 목격자, 구조자 등을 대상으로 특조위 진상 조사의 궁금한 점을 상담하고 진정 신청을 안내하는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추모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