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인 학대 고발, 절반만 검찰 송치…이의신청권 폐지 역풍

전체 고발사건 불송치 비율 2022년 38.2%→올 8월 47.5%
장애인 학대도 불송치 비율 비슷…김예지 의원 "공익 구제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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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를 가진 A 씨는 2개월 동안 일을 하고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지인 3명으로부터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며 유흥업소에 불려 가 성추행도 당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B 씨는 얼마 전부터 휴대전화 요금이 미납됐다며 독촉장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이 결제 내역 등을 살펴본 결과, 누군가 B 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결제를 여러 차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뉴스1) 김예원 이밝음 기자 = 이 두 사건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경찰에 고발 조치 됐지만, 증거 불충분 및 피의자 신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하지만 재수사를 요청할 방법은 없다. 2022년 9월 1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 이후로 기관 등 고발인은 이의 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고발 접수된 건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례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3자의 고발을 통해 범죄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사회적 약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체 고발 사건 중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비중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2022년 9월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이후 고발 사건 중 불송치 피의자 비중은 2022년 38.2%, 지난해 42.4%, 올해 8월까지 47.5%로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경찰에 고발당한 피의자는 총 6만8576명이다. 이중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인원은 총 3만259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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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애인 대상 범죄의 경우 정부 산하 전문 기관을 통해 고발해도 6건 중 1건은 불송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 학대 전문 대응 기관으로, 경찰과 사전 공조 후 고발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일부 사건은 불송치되는 셈이다.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 학대 등 범죄 사례를 경찰에 고발한 건수는 총 201건으로 이 중 106건만 검찰에 송치됐다.

전체의 17.9%에 해당하는 36건은 불송치, 나머지 59건은 행위자 조사 불가 및 피해자 취하 등을 이유로 수사가 중지됐다. 최근 몇 년간 불송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아닌 일반 장애인 단체들이 고발한 사건의 불송치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강원 법무법인 디엘지 공익인권센터 부센터장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고발하는 건 장애인 학대로 보일 개연성이 다분한 사건들인데도 불송치 사례가 나온다는 건 문제"라며 "장애인 사건은 (피해자) 스스로 고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의신청권까지 폐지되면서 이들은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권리 구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자 국가인권위원회도 2023년 8월 법 개정을 통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앞서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이의신청권을 되살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김 의원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22대 국회에선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