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책 사러 '서점 오픈런'…"한 권 더 없나" "내가 먼저 찜" 실랑이도

韓 첫 노벨 문학상 수상에 독자들 구매 열풍
도심 주요서점 매대 꽉 메운 '한강' 금세 동나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2024.10.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아니, 제가 먼저 찾았는데"

11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교보문고 잠실점에서는 마지막 남은 한강의 '검은 사슴'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50대 여성 정 모 씨와 백발의 여성이 서로 먼저 책을 골랐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를 중재하는 서점 직원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음에도 난감한 표정이 눈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직원이 "두 분이 조율해 보시죠"라며 상황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1~2분가량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때 다른 직원이 "여기 한강의 '채식주의자' 재고 2권 남았어요"라고 알려주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정 씨는 다급히 두 권 중 한 권을 챙겨 계산대로 빠르게 향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주 중이라는 정 씨는 "검은 사슴 재고가 잠실점에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왔는데 다른 손님이 자기가 먼저 찾았다고 주장해 난감했다"며 "다행히 채식주의자를 구매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는 정 씨는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을 어제 들렀다가 귀가했는데 갑자기 수상 소식을 접했다"며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강 작가의 책을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검색했다가 겨우 잠실점에서 찾았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도서검색용 PC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한강'이 올라와 있었고, 시민들도 직원에게 책 재고를 여러 번 묻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남은 재고를 찾기 위해 들렀다가 재고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러 왔다가 재고가 없다는 소식을 들은 이경구 씨(60·남)는 "아내가 독서광이라서 이렇게 급히 사러 왔다"며 "나라의 큰 경사니까 개인적으로도 한강 작가의 작품이 진심으로 궁금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서점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A 씨 또한 재고가 없다는 소식에 "평소 문학 작품 등을 좋아해서 자주 서점에 오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사기 위해 서둘렀어야 했다"며 탄식했다.

서점 입장에서도 한강 작가의 책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처지였다.

한 서점 직원은 "상을 받은 작가는 보통 특설 부스를 설치하는데, 지금 한강 작가의 책 재고가 없어서 부스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도 아마 전화로 문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교보문고 잠실점의 도서검색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한강' 작가가 올라와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4.10.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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