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간 스킨십인데 성추행" 억울한 이해인, 어떻게 봐야 할까[체크리스트]

1심은 '연인' 사실 몰랐다지만…변함없는 재심 결과
과거 '자격정지 3년' 사례 비교해 보니…형평성 논란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해인(세화여자고등학교)이 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여자 시니어 싱글 프리 연기를 선보인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최근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해인의 자격정지 3년 징계 처분에 대한 재심의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후배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연인 간 스킨십이므로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입니다.

이번 징계로 이 씨는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공식 수사 등을 통해 강제 추행이 인정됐다면 모를까, 이 씨와 후배인 A 선수 모두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에도 징계 수위가 유지된 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격정지 3년 선례를 보면 아동학대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에 연루되는 등 이 씨의 사건과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입니다.

◇1심에선 '연인' 사실 몰랐다지만…재심서도 여전히 '강제 추행' 인정?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당시 이 씨가 숙소에서 음주하고 후배 선수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는 의혹이었는데요.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에 들어간 대한빙상연맹은 해당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성추행이라고 결론짓고 이 씨에게 자격 정지 3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씨 측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재심의를 요구했습니다. 징계 대상자는 1심에 이의가 있을 시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씨의 행위가 강제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공정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 1심 판단이 유지됐습니다.

이는 1,2심 모두 이 씨의 행위를 강제 추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지난 5월 당시 후배 선수 A 씨의 나이는 만 15세로, 강제 추행이 사실이고 형사 입건됐다면 형법이 아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2년 이상의 유기 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는 등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죄입니다.

문제는 이 씨 측도, A 선수 측도 해당 행위가 강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씨 측은 해당 행위가 연인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상대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 씨 측 법률 대리인인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서온)는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여부가 추행 성립의 핵심 요건"이라며 "직접적 성관계가 아닌 연인 간 스킨십만 가지고 강제 추행죄가 성립된 사례가 없을뿐더러 상대도 원한 행위였다는 게 (이 씨 측)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A 선수 측도 이 씨 측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A 선수 측은 재심 기각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사 과정에서 이 씨 측 처벌을 원한다고 발언한 적도,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겨 이해인 선수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과거 '자격정지 3년' 살펴보니…아동학대로 검찰 송치·예선 보조금 빼돌려

일각에서 이번 징계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격정지는 제명 다음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중징계에 해당하는데요. 해당 행위가 미성년자 때부터 이어져 온 연인 사이에서 일어났고 A 선수도 이 씨의 선처를 원하는 상황에서 저 정도 수준의 징계가 과연 적절하냐는 겁니다.

전례를 살펴봐도 의문은 남습니다. 아동학대 등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형사 입건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김포 FC 유소년팀의 전 코치였던 B 씨에 대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B 씨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자격정지 3년 처분을 확정했는데요.

B 씨는 2020년부터 지난 2022년 4월까지 김포 FC 유소년팀 소속 10대 선수 C군을 폭언이나 체벌로 학대해 C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3일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6월 다이빙 국가대표 출신인 조우영 전 다이빙 국가대표팀 감독이 받은 자격정지 3년 징계가 확정된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조 전 감독은 20대 여성 선수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시 체육회에 보고하지 않고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를 위한 인천 대표 예선을 진행하면서 무자격 선수에게 심판을 맡기거나 2022년 소년체전 예선을 열지 않았으면서 개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 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씨 측은 이번 주 말미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구제 조치를 모색할 예정입니다. 스포츠 공정위 규정 제32조에 따르면 확정된 징계에 관하여 법원의 무효 또는 취소 판결이 있을 시 판결이 확정되면 징계가 실효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