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가 고속도로 진입하려 해요"…아슬아슬 구출 작전

서울중랑서 교통경찰, 80대 전동휠체어 운전자 무사 구조
전동휠체어 앞뒤 순찰차 2대 배치…2㎞ 역주행 에스코트

11일 오후 12시38분쯤 전동휠체어를 탄 80대 남성 A 씨(88)가 서울 중랑구 구리포천고속도로로 이어진 중랑IC를 운전하고 있다. 2024.8.11 (독자 제공)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할아버지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하려 해요"

지난 11일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중랑경찰서에는 도로 위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 남성 A 씨(88)를 목격했다는 112 신고접수가 쇄도했다. 중랑서 교통안전계 소속 정민교 경사(37)는 3명의 동료와 순찰차 2대를 타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십여 명의 도로 위 운전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목격한 위치를 제보함에 따라 A 씨 소재지는 계속 바뀌었다. 경찰은 일단 최초 신고된 북부간선도로 신내나들목(IC)으로 향했다.

도착했더니 이번엔 A 씨가 중랑IC에서 구리포천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신내IC와 중랑IC는 약 2㎞ 구간으로 차로 7분 정도 소요된다.

경찰은 구리포천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중랑IC 진입로에서 바로 A 씨를 발견했다. 당시 A 씨는 헬멧 등 어떠한 안전 장비도 없이 1차선 도로 옆 갓길 오르막길을 서행 운전하고 있었다.

정 경사는 1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A 씨가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위험할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 씨를 발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다. 다행히 전동휠체어 뒤편에 붙은 연락망으로 거주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어떻게 A 씨와 전동휠체어를 집까지 인계하냐는 것이다.

A 씨 집에서 출발해 이곳까지는 대략 3.6㎞, 차로 9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향하고 있는 1차선 도로였기에 정방향으로 돌아서 빠져나오는 데는 18.3㎞, 차로 18분이 소요된다.

A 씨는 순찰차에 타면 그만이지만 100㎏에 육박하는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베터리마저 닳아서 최대 시속 10㎞ 속력도 못 내는 상태였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고속도로를 진입하려는 80대 남성 A 씨(88) 구조 경로. 빨간색 동그라미는 경찰이 A 씨를 발견한 장소다.

그렇게 이들이 택한 방법은 '역주행'이었다. 타고 온 순찰차 2대를 돌려 전동휠체어 앞뒤에 일정 간격을 두고 세웠다. A 씨는 앞 차량에 태우고 다른 동료에게 전동휠체어 운전을 맡겼다.

비상등과 경광등이 켜진 두 차량은 전동휠체어 속도에 맞춰 무사히 고속도로 진입로를 벗어났다. 구조 거리 약 2㎞, 빠져나오기까지 15분이 걸렸다. 그 시각 서울 기온은 33도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동휠체어는 결국 방전돼 A 씨만 홀로 가족 품으로 인계됐다.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들은 경찰로부터 이와 같은 사실을 듣고서야 깜짝 놀랐다. A 씨는 그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다행히 건강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경사는 "교통 사고·사망 예방을 위한 교통경찰로서 늘 했던 일을 해왔던 것뿐이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할아버지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나름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의 노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고속도로 진입했다는 112신고 접수를 받고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했다"며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보호자에게 인계해 중대 사망 사고를 예방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