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인데 신원확인서엔 남자로' 아버지의 분노 "사망자 명단 공개하라"

신원 확인되면서 유가족 분향소 찾아와 통곡·탄식
사건 발생 사흘 지났지만 장례절차 못 정해…유족들 답답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4.6.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화성=뉴스1) 정윤미 기자 = "남녀 구분도 제대로 못 하고 뭐 하느냐"

27일 오전 11시 30분쯤 조용하던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 울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70대 남성 채 모 씨(73)는 "사망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소리쳤다.

채 씨는 이번 사고로 딸을 잃었다. 하지만 신원 확인 과정에서 자기 딸이 남성으로 표시돼 있다며 유전자(DNA) 검사 확인서를 보여달라고 항의 방문한 것이었다.

딸의 시신을 보고 곧장 분향소로 왔다는 채 씨는 취재진에게 "손에 가락지도 끼고 목걸이도 했는데 다 타서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손으로 허공에 딸의 시신 크기를 재며 "몸이 요만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채 씨는 "그 시체를 보고 정신이 돌아가지고 지금 아무것도 못 한다"고 울먹였다.

현재까지 희생자 23명 가운데 17명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분향소를 찾는 유가족들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앞서 오전 11시쯤 사고 희생자 이름도 영정사진도 없는 텅 빈 분향소에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화재로 딸을 잃은 중년 어머니의 통곡이었다.

중국에서 온 어머니는 서른일곱 살 딸이 일용직으로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엔 눈물 자국이 선연했다. 한국말을 못 하는 중년 남성의 부축을 받으며 어머니는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중년의 여성은 차마 국화꽃이 놓여 있는 단상 앞에 서지 못했다. 조문객 방명록이 있는 책상 뒤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시청 공무원과 함께 3층에 마련된 피해자지원센터로 이동했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 희생자 누구의 장례식도 열리지 않았다. 신원 확인된 희생자 유가족들은 서둘러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50대 한국인 남성 희생자 유족의 지인은 유족들은 애타게 정부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