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숨기려 '조직적 증거인멸', 결국 김호중 발목 잡았다[체크리스트]

유명인·소규모 피해에도 구속 이례적…'조직적 증거인멸 뚜렷' 영향 추가인멸 우려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 거부·막내 매니저 자수 강요 등 '비협조적 태도' 도 문제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5.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음주 뺑소니' 논란을 연신 부인하며 여론의 공분을 산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결국 구속됐습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 대부분이 도주 우려가 크지 않고, 심각한 인명피해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던 점을 볼 때 김 씨의 구속은 이례적이라는 평입니다.

구속이라는 법원 판단에는 결국 김 씨와 소속사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음주운전 전과자'라는 딱지를 피하기 위해 한 행위들이 결국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주 우려 낮고 피해 규모 크지 않지만 구속

김 씨의 음주 운전은 지난 5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날 오후 11시40분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음주 상태로 본인 소유의 차량을 몰다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후 구호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김 씨 측은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기록과 동석자 진술 등을 통해 음주 정황이 확보되자 "술잔에 입만 댔다", "소주 3~4잔 마셨다" 등 입장 번복 끝에 19일 음주 운전을 시인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이 허위 자수 지시, 메모리 카드 제거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크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24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 씨를 비롯한 이광득 소속사 대표, 본부장 전 모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구속영장은 피의자가 3가지 사유에 해당할 때 발부됩니다.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을 때 △도주 우려가 있을 때입니다.

신혜성, 김새롬 등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유명 연예인들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 및 재판을 이어간 점, 사망 등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도 김 씨가 불구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음주 뺑소니 혐의 등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24일 구속 기로에 섰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계속된 거짓말에 조직적 증거인멸…추가 증거인멸 우려에 영장 발부된듯

하지만 이번 김 씨의 사건의 경우 계속된 말 바꾸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직적 증거 인멸 정황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 김 씨의 매니저 중 하나인 A 씨는 김 씨의 옷을 입고 경찰에 거짓으로 자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속사 직원인 전 본부장은 혐의 입증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매니저 B 씨는 김 씨를 경기도의 한 숙박업소로 피신시켰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시로 모든 은폐 시도가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김 씨 역시 이런 행동에 가담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씨는 A 씨가 자신의 옷을 입고 거짓 자수하기 전 소속사 막내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신 부장판사는 24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괜찮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을 알려주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사용하던 아이폰 3대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했지만 비밀번호를 제공받지 못해 잠금을 해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그 이유를 묻자 김 씨 측은 사생활을 이유로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음주 여부 및 음주량에 대해 김 씨의 주장이 번복돼 왔던 것도 김 씨가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한 근거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장 발부로 김 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은 강남 경찰서 유치장에 머물면서 10일 이내로 조사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이후 검찰로 송치되면 최대 20일까지, 총 30일의 수사가 진행됩니다.

경찰과 검찰은 이 기간 동안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서 빠진 음주운전 혐의 및 조직적 증거인멸 혐의, 김씨의 범죄은폐 과정에서의 관여 정도 등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음주 운전 혐의와 관련해선 위드마크 공식 등을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