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로데오거리 찻길 서너시간 서성인 할머니…험난했던 귀갓길

할머니 지문 선명치 않아 인적사항 파악 애먹어
5시간 설득 끝에 지문채취 성공…보호자에 인계

서울경찰청 로고 ⓒ News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서울 은평구 로데오거리 인근 차도에 어떤 할머니가 3~4시간 전부터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어요. 무단횡단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위험해 보입니다."

모두가 잠든 지난 7일 오전 1시쯤.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로 노인을 구조해달라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야심한 새벽에 발생한 구조 신고라 지구대 소속 경찰관 6명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현장에서 발견한 노인(67·여)은 늦은 밤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할머니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걷고 있었다. 만약 경찰이 빠르게 출동하지 않았다면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등 돌발행동도 하고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보호조치를 하려고 해도 할머니는 계속 거부하며 자꾸 도로 쪽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할머니는 흥분을 가라앉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관들은 "할머니를 도와드리려 하는 것이다. 위험하시니까 집으로 모시려는 것이다"고 달래자 그제야 다소 누그러졌다.

경찰은 인적 사항을 확인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거절하며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꾸준히 설득했다. 최근 도입된 휴대용 지문스캐너로 할머니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려 했다.

이 스캐너는 스캐너에 지문을 찍으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경찰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5분 만에 신원 확인이 가능한 기기다. 문제는 할머니의 지문이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국 지구대로 동행해 재차 지문채취에 나섰다.

할머니는 비협조적이었지만, 경찰은 인내심을 갖고 약 5시간 동안 설득한 끝에 할머니의 십지지문(열 손가락 지문) 채취에 성공했다. 이후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구조 신고 당일 오전 7시에 할머니를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부 시스템으로 인적 사항을 조회해야 했는데 이제는 '휴대용 지문 스캐너'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면서도 "스캐너는 휴대성 면에서 편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지만 대상자의 협조 없이는 인적 사항 확인이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