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서 카드 41장 슬쩍…사용금액은 36만원 왜?[사건의재구성]

과자 피시방 등 소액결제만 17회…'절도 쾌락'이 목적
절도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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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타깃은 오직 하나였다. 백 모 씨(26)는 서울 곳곳의 무인 가게만 집중적으로 노렸다. 높은 확률로 키오스크에는 손님들이 두고 간 신용카드가 꽂혀 있었다. 백 씨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몰래 남의 카드를 주머니에 쌓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 백 씨는 이런 수법으로 세 달간 무려 41장의 신용카드를 손에 쥐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새 카드를 훔친 셈이다. 습관적 도벽 탓에 금전적 가치가 없는 청소년증까지 절취하기도 했다.

담대한 범행에 비하면 백 씨의 씀씀이는 소심했다. 그는 훔친 카드로 총 17회에 걸쳐 36만 1580원 상당을 결제했는데 명세는 햇반치킨마요밥(4800원), 감자알칩(600원), 아이스크림(1500원), 피시방 이용권 5000원권, 두 차례 버스 탑승 등에 불과했다. 모텔 숙박료로 6만 6000원을 긁은 것이 가장 큰 금액이었다.

백씨는 이미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다. 특히 2021년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절도의 쾌락에 깊숙이 빠져버린 백 씨는 도벽의 길에서 출구를 찾지 못했다.

백 씨는 또다시 재판에 넘겨져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재판부는 백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의 횟수가 매우 많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아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각 범행의 피해액이 그리 큰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