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8' 경찰 전현직 간부 20여명 출마 러시…중립성 문제 없을까
역대 최다 당선자 나올까…법적 문제 없지만 중립성 우려도
민주당선 '경찰국 반대' 인물 출사표…현역 9명 재선 노릴듯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 전현직 간부 출신들이 국회 입성을 노리고 22대 총선 출마 러시에 나서고 있다. 14일 기준으로 총선까지 88일이 남았다.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상되는 인사만 현재까지 23명으로 21대 국회(9명)를 넘어 역대 최다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직 경찰 퇴직 후 출사표, 어떻게 봐야 할까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16대 5명 △17대 2명 △18대 1명 △19대 4명 △20대 8명 △21대 9명이었다. 88일 뒤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상되는 경찰 전현직 간부는 모두 23명이다.
국민의힘에선 경찰 출신 15명이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직 경찰 중에선 이상률(57·경찰대 4기)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이 공직자 사퇴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사직 의사를 밝히고 다음날(11일) 경남 김해 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해 출신의 이 전 차장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남경찰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경남 양산 출신의 한상철(57·간부후보생 47기) 전 양산경찰서장이 양산 갑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서장은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이달 말에야 정식으로 퇴직한다.
현직 경찰들이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법 집행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근무지에서 출마한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찰 내외부에서 나온다. 다만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무원이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내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예비후보 자격으로 제한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1년 내 퇴직하고 여유 있게 총선을 준비해 온 전직 경찰 간부들의 출마 선언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하반기 나란히 명예퇴직한 정용근(58·경찰대 3기) 전 충북경찰청장과 윤소식(58·경찰대 5기) 전 대전경찰청장은 각각 충북 충주와 대전 유성구 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2022년 12월 퇴직한 고기철(61·간후보 38기) 전 제주경찰청장도 서귀포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찰에서 퇴직한 지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국회 입성 준비해 온 인사들도 있다.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수장을 지내다가 2021년 물러난 김종양(62) 전 인터폴 총재는 지난달 12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찰대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몸담았던 지낸 박성호(57) 전 경남 부지사도 김해시갑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016년 퇴직한 정용선(59·경찰대 3기) 전 충남청장은 2020년에 이어 충남 당진 지역구에 재도전한다.
경찰 간부 출신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인 권은희·김석기·김용판·서범수·윤재옥·이만희·이철규 의원 등도 다시 총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국 반대 좌천인사 류삼영·이지은도 출마할 듯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찰 출신의 새로운 인물들이 다수 정치권 진출을 노린다.
지난 2022년 6월 퇴직한 노승일(59·경찰대 3기) 전 충북경찰청장은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고 민주당 입당을 앞두고 있다. 노 전 청장은 고향인 충주 출마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지역구는 경찰대 동기인 정용근 전 청장(국민의힘)도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황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경찰대 동기생끼리 빅매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출신으로 서울청장을 지내기도 했던 원경환(63·간부후보생 37기) 대한석탄공사 사장도 총선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원 사장은 21대 총선에서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2021년에 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는데 지난달 22일 사의를 밝힌 상태다.
경북 출신인 이상식 전 부산청장(58)도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고 용인갑 출마를 노린다. 경찰대 출신으로 행정고시까지 패스한 이 전 청장은 엘리트 경찰 코스를 밟다가 2016년 퇴직했다.
2018년 경찰 퇴직 후 지역에서 정당 활동을 벌인 남병근(66·간후 38기) 전 경기북부청 차장도 민주당 동두천시·연천군 지역위원장도 해당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여했다가 좌천당한 인물들의 총선 출마도 관심을 끈다.
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한 단계 아래인 경감급이 맡는 직급으로 밀려났던 부산 출신의 류삼영(60·경찰대 4기) 전 총경은 민주당 영입 인재 3호로 선정돼 수도권 출마를 공식화했다. 류 전 총경은 지난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오랜 숙고 끝에 류삼영의 임무는 수도권에서 윤석열 정부와 '한판 승부'를 벌여 민주당의 총선 수도권 압승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당한 후 지난 5일 퇴직한 이지은 전 총경(경찰대 17기) 역시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전 총경은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장으로 근무하다가 지구대장으로선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총경으로 승진하며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 전 총경은 퇴직 인사를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적기도 했다.
민주당 내 현역 의원인 임호선·황운하 의원도 재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은 임기를 유지한다. 윤 청장은 고향 충북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상당한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현직 청장이 사퇴 후 출마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임기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청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됐었지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현실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ongs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