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자제 부탁드려요" 서울대병원의 호소…유튜버 소란·고성 처벌은?

일부 유튜버들 마스크 착용 안하고 이재명 입원 병원 드나들며 생중계
전문가 "형사처벌 근거 마땅치 않아…초상권 침해 우려"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건물에 유튜버들이 있는 모습 /뉴스1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병원 업무가 거의 마비 수준이에요. 제발 자제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이 대표가 입원한 이후 방문한 서울대병원 앞에는 정치 유튜버 수십 명이 몰려있었다.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들이 많다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가 퇴원할 때까지는 병원 이용객과 유튜버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유튜버들을 제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초상권 침해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민사소송 등을 통해 보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배우 이선균 장례식장에 이어…반복되는 현장 난동

정치인·연예인 등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어디든지 유튜버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튜버들이 현장을 찾는 것은 개인의 자유여서 사전에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일 오후 흉기 습격을 당한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50~100여 명의 정치 유튜버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일부 유튜버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병원 안팎을 돌아다니며 생중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지난달 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이선균씨의 빈소에 유튜버들이 몰려가 물의를 빚었다. 이씨의 소속사가 "자신을 유튜버로 소개한 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장례식장을 방문해 소란이 빚어지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할 정도였다.

이 대표 피습 이후에도 서울대병원 앞에선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피습 사건 당일 유튜버들이 응급센터 입구에 몰려들자, 병원 측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통제선을 설치했다. 이에 유튜버들은 바로 옆 어린이병동 건물 앞에서 밤샘 중계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병원을 방문한 30대 송모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왔는데 지하 식당 등에 인파가 몰려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혼잡스럽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병원 측 역시 질서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몇 유튜버들이 보행자와 차량 통행로를 확보하려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고성을 지르자 경찰이 와서 만류하기도 했다.

전날(4일) 기자회견이 공지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강당에 유튜버들이 난입하는 일도 발생했다. 병원 측은 기자증을 소지한 취재진만 출입을 허용했지만 통제를 뚫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일부 유튜버들은 기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소속을 물어가며 특정 매체 기자들을 찾고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 취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계를 하는 몇몇 기자들 옆에 가 "당장 카메라 빼", "너희가 무슨 언론이냐" 등의 발언을 하자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3일 오후 서울대병원 앞에서 일부 유튜버들이 경찰에게 소리지르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모습 /뉴스1 임윤지 기자

◇형사 처벌 조항 '글쎄'…"민사 책임은 있어"

4월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 유튜버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세 현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을 법적으로 제재하거나 형사 처벌할 근거는 마땅치 않다.

다만 유튜버들의 '마구잡이식' 촬영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가 노출되면 초상권 침해가 성립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유튜브 송출 과정에서 개인이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얼굴 등이 노출될 경우 초상권 침해나 사생활 비밀 침해 문제 소지가 있다"며 "특히 병원이나 장례식장 같은 장소는 환자 개인의 신상이나 민감한 의료 정보 등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기에 더 큰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