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도 당했다" 누르는 순간 '좀비폰'…'부고 스미싱' 피해 확산
부고 문자 눌렀다가 지인 1000명에 감염 문자 무더기 발송
경찰·공직 사회서도 '부고 스미싱 피해' 우려 경계령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부고] 부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부디 참석해 주세요."
부고 문자를 사칭한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 사기)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경찰관도 당할 정도로 수법이 교묘해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 A씨는 최근 부고 문자 스미싱에 당했다. 새벽에 날아온 부고 문자 내 링크를 무심코 눌렀다가 피해를 입었다. 해당 링크를 누르자 파일이 내려받아졌고 이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로 A씨 명의 부고 스미싱 문자가 날아갔다.
한 휴대전화를 이른바 '좀비폰'으로 감염시켜 다시 대량의 스미싱 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이다. 감염 이후 지인의 번호로 문자가 오는 탓에 쉽게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개인정보를 유출해 가상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돈을 뜯어 가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A씨는 휴대전화 내 신분증 사진이나 공인인증서 등이 없어서 2차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신 문자가 발송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1000여명의 지인에게 일일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몇몇 지인으로부터는 부의금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피해는 A씨만이 아니다. 최근 강원 강릉시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도 부고 스미싱에 당해 동료 경찰관에게 다시 스미싱 문자가 발송되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 내부망에는 '동료 경찰을 사칭한 부고 피싱 문자가 퍼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주변 직원들도 여러 명이 피싱에 당해 문자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부고 스미싱 피해는 경찰뿐만 아니라 공직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울산의 한 구청 공무원 B씨도 부고 스미싱에 당했다. 이후 연락처에 저장된 지인과 공무원 등 약 200명에게 '아버지께서 금일 아침에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또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나 청첩장, 택배 문자 등을 가장한 스미싱 문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서 분석한 '최근 5년간 스미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피해 인원은 2018년 188명에서 2019년 387명, 2020년 1097명, 2021년 1321명, 2022년 807명으로 늘어 5년간 3800명에 이른다.
피해 금액은 2018년 2억3500만원에서 2019년 4억1900만원, 2020년 11억700만원, 2021년 49억8500만원, 2022년 41억300만원으로 5년 동안 108억여원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등 정부 기관은 스미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출처 불명확한 인터넷주소, 전화번호 클릭 금지 △개인정보·금융정보 요구 시 알려주거나 입력하지 않기 △출처 불명확한 앱 설치 제한 등을 당부하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파이앱이 고도화돼 일반인이 (좀비폰 감염 여부를) 인지하기도 어렵다"며 "스미싱 피해는 정부가 수차례 얘기해 온 예방법을 지키는 등 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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