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소녀 2년간 감금·강간한 유괴범…곧 출소 '전자발찌'X[사건의재구성]
'징역 20년' 복역 마치고 두달 후 출소…신상공개법 적용 안돼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모르는 아저씨 손에 이끌려간 그 곳은 지옥이었다. 소녀는 2년간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이후 20년간 소녀는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2개월 후면 소녀에게 지옥을 선사한 악마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신상공개도 되지 않고 전자발찌조차 착용하지 않은채 말이다.
소녀가 지옥으로 끌려간 날은 2002년 1월23일이었다. 당시 9세였던 소녀는 오전 9시25분쯤 미술학원을 가기 위해 대전 서구 소재 한 아파트 앞 육교를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을 재촉하던 그 때 모르는 손길이 소녀의 눈앞을 가렸다. 순간 긴장을 했지만 잠시 후 들려오는 "누구게"라는 목소리엔 친근함이 묻어났다. 어렸던 소녀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낮선 아저씨(당시 49세)에게 금세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나 악마의 속내는 달랐다. 경계심을 푼 소녀의 뒤로 10m의 거리를 둔채 걷던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본심을 드러냈다.
1994년 강간치상죄로 8년간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출소한 뒤 미성년자를 유괴해 동자승으로 만들어 시주를 받거나 달마도를 판매해 돈을 벌려는 계획을 세웠다. 악마의 첫 재물이 소녀였던 셈이다.
그는 과도를 꺼내 소녀의 옆구리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울지마라. 내 부탁만 들어주면 금방 풀어주겠다"고 협박한 뒤 자신의 주거지인 빌라로 소녀를 데려갔다.
빌라에서 악마는 소녀의 발목에 자물쇠를 채운채 소녀의 머리를 삭발했다. 곧 풀어주겠다는 소녀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악마는 이 후 2년간 경북 구미, 경주, 경기 양평, 부산, 경남 마산, 김해 등으로 끌고 다니면서 소녀를 폭행 및 감금하고 자신의 계획대로 동자승 역할을 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악마는 이 기간 초등학생에 불과한 소녀를 수차례 성폭행하기까지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줬다"면서도 "피해자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냈다"며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악마는 2024년 2월 출소할 예정이다.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지만 악마의 신상은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신상공개 적용 대상은 법 시행일인 2008년 6월30일로부터 2년전까지만 소급적용되기 때문이다.
20년을 힘겹게 견뎌온 소녀와 소녀의 가족들. 2개월 후 악몽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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