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없는 노정갈등, 격해지는 시위…시민들 "폭력·충돌 과거 회귀 안돼"
격해지는 집회에 불안감 호소…대화경찰 등 충분한 협의 필요
- 조현기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기자 =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집회·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노사정 간담회 참석을 취소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를 논의하는 등 양대노총이 모두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반면 정부는 '원칙 대응'을 천명하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6년만에 캡사이신까지 준비해 집회현장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과 상인들은 과거처럼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 과격한 시위 형태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또 노조를 향해선 과도하게 소음과 교통 정체 등의 시민 불편을 유발하는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헌법이 규정한 집회·시위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과격해지는 집회·시위 현장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노정갈등이 점점 첨예해 지면서 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노조원들이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1일에는 양대노총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서 시위대와 경찰 모두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양회동씨의 분향소 천막 설치를 두고 20여분 동안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연행됐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상황이 격해지자 경찰은 캡사이신을 분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다행히 실제 분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같은날 경찰은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 한복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김준영 사무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은 사다리차 접근을 막기 위해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경찰은 경찰봉으로 A씨를 제압해 땅으로 끌어내렸다. 부상을 당한 김 사무처장과 경찰 3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 시민·상인 격해지는 집회에 불안감 호소…경찰과 주최측 대화로 풀어야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에 집회가 자주 열리는 시청과 광화문 일대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32·남)은 "그 동안에는 주말에만 하는 것 같았는데, 최근엔 평일에도 대규모로 시위가 열리는 것 같다"며 "며칠 전엔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큰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집회 분위기 자체가 좀 격양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을지로에서 시청쪽으로 향하던 길에 만난 한 시민은 "경찰의 강경 대응에 노조도 더 강하게 나가는 것 같다"며 "요즘 이 일대 지나가기가 조금 무섭다. 특히 주말에는 거의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일대 주민들은 계속되는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삼각지역 옆 대형 주상복합단지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주민은 본인의 휴대폰 속 오픈채팅방을 보여주면서 "여기 봐라. 지금 주민들 소음 때문에 난리"라며 "보수든, 진보든 제발 스피커 크게 틀고 노래 부르고 외치는 것 좀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청 인근 꽃집 사장님은 "안 그래도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핀 담배 냄새가 매장으로 다 들어와서 힘들었다"면서 "밖에도 시끄럽고 그래서 일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노조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고 우려하면서 지금이라도 집회·시위에서 충돌을 막기 위해 양측의 합의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계속 갈등이 증폭되다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과 교수는 "집시법은 집회·시위를 보호한 법이지 제한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면서 "현재의 경찰 접근 방식은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경찰이 '대화경찰 제도' 이런 부분을 잘 운영하고 있다"면서 "집회 주최측과 경찰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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