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물에 잠겼는데 다 버려야죠" '악취' 진동…도림천변 초토화
도림천 범람에 조원동·신사동 피해 커…대부분 침수피해
동작구 보라매역 인근도 침수 피해…보도블록 파손 복구작업도
- 송상현 기자,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박우영 기자 = "집 전체가 물에 잠겼는데, 쓸 만한 물건이 없어요"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 A씨는 집안에서 가재도구를 모조리 꺼내서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A씨는 "집 전체가 물에 잠기다보니 쓸 만한 물건이 없다"며 "가전제품을 말려서 고친다고 해도 수리비가 더 나올 것 같다"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A씨는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 상황은 '공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이 빠져나오기도 벅찬 시간이었다"며 "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었고, 사망사건이 발생할 정도여서 할 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전날 관악구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후 9시쯤부터 도림천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 공지가 내려지기도 했다. 도림천과 가까운 조원동과 신사동엔 지대가 낮고 노후주택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큰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조원동과 신사동 일대를 둘러본 결과 식당, 슈퍼마켓 등 자영업자는 물론 빌라, 단독주택 등에서도 대부분 주민들이 물을 퍼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재도구를 버리기 위해 모아둔 쓰레기더미만 성인 남자 키를 넘기는 곳도 있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어떻게든 집을 복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집 안에서 가재도구를 꺼내고 있던 윤모씨(42·여) 역시 "어제 불과 두시간 밥 먹고 집에 왔더니 옆집 세탁기가 집 앞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냥 물이 아니고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이다 보니 민망할 정도로 집안에서 똥냄새가 난다"며 "똥물이라서 정말 집안에 있는 모든 걸 버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지역 빌라 반지하에서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집안에 쓸 만한 게 하나도 남은 게 없다"며 "집안이 작살이 났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도로 곳곳 역시 파손된 곳이 많았다. 인근 신대방역 출구 앞 인도의 보도블록은 전체가 무너져 바닥 모레가 훤히 드러난 상황이었다. 작업복을 입은 인력 5명이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현장인력 B씨는 "비가 하도 오니까 보도블록이랑 물, 흙탕물이 위에서부터 함께 흘러내려 복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동작구 보라매역 1번 출구는 바로 앞 도로가 무너지면서 폐쇄된 상황이었다. 출구 앞 전신주와 나무 사이에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나무뿌리가 훤히 드러났다.
보라매역 인근 상가에서도 침수 피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 상가 관리인은 지하에서 펌프 7개를 사용해서 물을 빼내고 있었다. 지하로 가는 계단은 3분의1 정도만 흔적이 남아있었다. 지하 스크린 골프장은 완전히 잠겼다.
관리인 70대 A씨는 "어제부터 잠도 못 자고 펌프질하고 있는데 7개를 다 가동하면 전력이 버티지 못해 꺼진다"며 "4개만 가동하고 있는데 내일이나 돼야 물을 다 빼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건물에서 50m 떨어진 다른 상가 지하 계단 역시 3분의 2 이상 잠긴 상태였다. 관리인 2명은 근심에 찬 표정으로 멍하니 지하를 바라볼 뿐이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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