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역 열차 화재…'살신성인' 메트로 직원, 초기 진화

"'불이야' 소리에 소화기 집어 들어"
"소명의식 갖고 진화…시민 도움 컸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메트로 매봉역사 직원 권순중(47)씨는 출장 차 도곡역으로 향하기 위해 사고 직전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에서 내리기 위해 준비하던 중 권씨의 귓가에 "불이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권씨는 곧장 열차 내에 구비돼 있던 소화기를 집어들고 불길이 붙은 가방에 소화기를 발사했다.

권씨는 "119에 신고하려는 도중 휴대폰을 떨어뜨려 승객에게 '신고하세요'라고 소리친 뒤 소화기를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권씨의 화재 진압에 승객들도 동참했다. 이 결과 4개의 소화기가 발사됐고 도곡역에 진입한 후에는 불씨만이 남은 상태였다.

도곡역사 직원들은 소화전 2대를 투입해 완전 진화에 나섰고 10시51분 발생한 화재는 오전 11시5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유니폼, 얼굴 등을 검댕으로 가득 묻힌 권씨는 "화재로 인한 연기, 소화기 분말 등으로 인해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면서도 "나는 직원이기 때문에 소명의식을 갖고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으나 승객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승객들이 '위험하니까 이제 대피하라'며 나를 말렸다"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을 아꼈다. .

앞서 이날 오전 10시51분쯤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열차에 조모(71)씨가 불을 지르면서 승객 37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조씨는 화재 발생 30분만에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사고 발생 후 도곡역에 정차하지 않던 지하철 3호선 열차는 낮 12시15분부터 정상운행되고 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