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없는 재판'의 관점으로 본 尹 석방과 즉시항고 포기

법원 "의문 여지 해소 필요"…구속 위법 여부 판단은 안 해
논란 내포한 즉시항고…심우정, 안정적 공소유지에 방점 둬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25.3.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25.3.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풀려난 것에 불복하지 않은 것을 두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다수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사유였던 '구속기간 계산'만 주목하고 검찰이 즉시항고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을 반만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논란의 여지를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본안에 대한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있다.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구속을 연장하기 위해선 두 사유를 모두 논파해야 하지만 그 근거와 판례가 명확지 않고, 즉시항고의 위헌 부담도 있어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검찰의 항고가 '현직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 불필요한 논란만 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법원 尹 구속 취소의 맥락 '사전 잡음 차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구속취소결정문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의 사유는 크게 ①'구속기간은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고 ②'구속기간이 만료하지 않은 공소제기여도 절차적 명확성·수사과정 적법성의 의문 여지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로 나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막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절차가 진행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로 '날'로 계산한 구속의 위법성 여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 등 내란 혐의 재판을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위에서 재판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 취소로 인해 공수처 수사의 불법성 등 논란을 해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판부에선 더 이상 절차적 하자에 대해 다투지 말라는 사인을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민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부가 절차상 하자를 없애자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워낙 중요한 사건인 만큼 절차상 흠이 하나라도 있는 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총장의 고심 '즉시항고로 불거질 논란 안고 갈 것인가'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법원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 하지 않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52일, 구속기소 41일 만인 지난 8일 석방됐다. 2025.3.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선 재판부의 결정 사유 두 가지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다만 확실하게 법원의 판단을 모두 논파할 근거가 불확실한 상태다.

구속기간 계산 문제는 그간 결정과 관례에 비춰 다퉈볼 수 있다지만,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는 법원의 판단처럼 '결정타'가 있는지 의문인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구속취소 즉시항고가 내포한 위헌 논란을 굳이 안고 갈 때 공소 유지와 유죄 입증에 실익이 있는지도 고민의 지점으로 떠올랐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논란을 차단해 안정적으로 공소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심 총장은 지난 10일 "법원 판단은 구속기간 산정에 대해 오랫동안 형성돼 실무 관행에 문제가 있고, 그러한 문제가 없더라도 법률이 불명확해 수사 과정과 절차 적법성에 의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결정 취지를 모두 종합했다"고 존중 의사를 밝혔다.

또 "인신구속 권한이 있는 법원에 즉시항고 해 집행정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명확한 판시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결정 등 인신 구속 관련 즉시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헌재 결정을 고려해 구속취소 역시 별도로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속기간을 넘겨서 기소했다는 법원 판단은 동의하기 어려운 만큼 재판에서 다투도록 지휘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즉시항고를 하면 구금이 연장돼 위헌 논란을 재판에 얹어지고, 피고인 측은 불법 구금이자 위헌이라며 맞설 것"이라며 "보통항고는 가부의 논란이 있고 형사소송법 주석서에서는 불가하다는 해석도 있다. 논란에 논란이 더해지면 재판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구속취소 결정 사유로 구속기간 계산만 있었다면 충분히 다툴 여지가 많지만 문제는 공수처 수사권이 같이 물려있다는 점"이라면서 "즉시항고로 상급법원에서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공소기각을 결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법적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검찰이 적극적으로 법원의 결정에 불복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판례상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판례가 있으면 당연히 따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의 명문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중대한 사건을 두고 검찰이 정무적인 고려를 앞세워 생각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