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든 신부, 기부물품 끝내 거절…"시민과 나누길, 수도원은 열려 있다"

(엑스 이용자 닉네임 '무리야난 @muriyanan' 갈무리)
(엑스 이용자 닉네임 '무리야난 @muriyanan'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던 지난 4일, 집회 참여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응원봉을 들고 화장실을 안내했던 신부의 발언이 귀감이 되고 있다.

7일 X(엑스·옛 트위터)의 이용자 A 씨는 자원봉사자라고 밝히며 "꼰벤뚜알을 열어주고 지켜주셨던 신부님 중 응원봉을 들고 안내해주셨던 신부님의 말씀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하실을 봉사자분들께 내주었던 날, 정리를 마치고 응원봉 신부님이 저희에게 해주신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A 씨에 따르면 신부는 "저도 신학교 다닐 때 담 넘어서 시위하고 그랬다. 지금 여기 계신 2030 젊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 저희에게 그때와는 다른, 그런 장면을 보여주고 계신다. 시위대가 떠난 자리가 아름답다고 하는 거 그건 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시위대가 떠난 자리를 깨끗하게 해주시는 걸 알고 있다. 상위 13%에 해당하는 분들이 여기 모여계시는 걸 거다. 시위대 분들보다 항상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분들 덕분에 그런 이야기가 남을 수 있는 거 아니겠냐"라며 격려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만들어낸 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니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워서"라며 눈물을 보이더니 집회 참여자들을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엑스 갈무리)

A 씨는 "이후 자원봉사자들은 기부물품을 정리하고 차를 기다리다 신부가 빵을 두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마지막까지도 꼰벤뚜알 수도원은 시위대와 자원봉사자에게 열려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후원들어온 물품을 나누려고 하니 신부님께서 '시민들이 집회 온 참가자들께 나눔한 걸 저희에게 주는 건 일종의 횡령 아닌가. 그것은 주신 시민분들 뜻에 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받지 않겠다. 시민분들께 나누어주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수도원 화장실을 개방하고 난방을 가동한 쉼터와 음식을 제공했다.

한 신부는 응원봉을 흔들며 참가자들에게 화장실을 직접 안내했다. 응원봉을 든 신부 뒤로 참가자들이 뒤따라가는 사진을 두고 "성화의 한 장면" "올해의 퓰리처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참된 종교를 보여준다", "당연히 기부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생각하셨구나. 감사하다. 기억하겠다", "포용력과 이해심 있고 내 안의 규범을 지키는 이들이 있어서 세상이 따뜻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