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될 신세"…'부정수급 2억 환수' 경고에 세상 등진 시각장애 안마사

(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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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이 활동지원사에게 안마원 운영과 관련한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부정수급 의심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JTBC 등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던 40대 장성일 씨가 지난달 4일 자신의 안마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숨지기 3주 전 의정부시로부터 부정수급 경고를 받아 지난 5년의 인건비 2억 원을 환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CCTV에는 장 씨가 뒷짐을 지고 좁은 가게 안을 한참 맴돌다가 탕비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는 모습이 담겼다.

장 씨가 남긴 유서에는 "삶의 희망이 무너졌네. 너무 억울하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장애가 있어도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들에게 피해 안 주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니 너무하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부모와 두 아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해준 가게에서 동생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에 충격받은 장 씨의 누나 장선애 씨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랬어요. '왜? 도대체 왜, 갑자기 뭐 때문에?'라고. 눈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한테 생업을 하면서 입력이라든가 계산 이런 걸 도움을 받을 수 있잖나"라며 눈물을 보였다.

시는 장 씨가 식사와 빨래 등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에게 결제 등 안마원 일을 부탁한 게 '불법'이라고 봤다. CCTV에는 장 씨가 스스로 카드 결제기를 사용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기계 코앞으로 얼굴을 가져다 대고 헤매는 모습이 남아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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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은 장 씨뿐만이 아니었다.

시각장애 안마사로 활동하는 안미숙 씨도 "(활동지원사에게) '머리카락 봐달라, 화장품 묻었는지 봐달라' 하면 그게 위법이라더라"며 억울해했다.

장 씨와 같이 지난 3월 5000만 원의 환수 경고를 받고부터 혼자서 일하는 안 씨는 "움직이다 이마에도 부딪히고 세면대에 부딪히고"라며 몸 곳곳의 상처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런 거는 아픈 것도 아니다. 마음이 아픈 게 문제지. 기초 수급자로 살기 싫어서 안마 일을 하는 건데"라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안 씨는 서비스가 마음에 차지 않은 손님이 다시 안마원을 찾지 않을까 봐 늘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올해 영세 장애인 업주를 돕는 '업무지원인' 제도가 생겼지만 아직은 시범단계에 머물러 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