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뷰 세대 현관 앞 와인파티한 외부인…'주거침입죄' 될까

"모르는 사람 몰려 무서워" vs "1년에 한 번인데"
법조계 "주거침입, 일상생활 방해 여부가 중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아름다운 불꽃이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다. 2024.10.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처음 보는 젊은 커플이 복도에서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여의도 한강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김 모 씨(41·여)는 지난 5일 열린 서울 세계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외부인이 아파트 안까지 들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주민들끼리는 서로 얼굴을 알기 때문에 딱 봐도 (외부인이란 걸) 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 토요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 세계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약 100만 명 인파가 모이면서 일부 '한강뷰' 아파트 복도가 관람 '스팟'이 돼 몸살을 앓았다. 7일 뉴스1과 만난 인근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은 외부인이 몰려 불편했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에는 일부 얌체족들은 의자에 와인까지 준비해 아파트 복도를 점령했다는 불만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옆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70대 남성 A 씨는 쏟아지는 외부인 탓에 다른 업무가 마비됐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주차 통제하랴 외부인 막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며 "축제가 마무리되고도 오후 10시까지는 관람객을 통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70대 경비원 B 씨는 "젊은 친구들이 출입문을 벌컥 열고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했다"며 "혼자서는 힘들어 주민들이 함께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문을 막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주민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 불안하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40대 여성 김 모 씨는 "외부인들이 와서 (아파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으니 무섭다"며 "특히 한강에 딱 붙어 있어 시야가 탁 트인 동은 사람들이 더 몰린다"고 설명했다.

1년에 1번뿐인 축제인데 관람을 전부 막는 건 팍팍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40년 넘게 살았다는 조 모 씨(95·여)는 "100만 명이 오는 행사에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며 "주차는 통제할 수 있지만 구경하는 사람까지 막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아파트에 외부 차량 주차를 금지하는 표지판이 서있다. 2024.10.7/뉴스1

법조계에 따르면 주민이 아닌 사람이 아파트 복도에 몰래 들어와 불꽃축제를 관람하는 행위는 주거침입이 될 수 있다. 다만, 주거침입이 성립하려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와 '평온을 해쳤는지'가 중요해 이 부분을 따져야 한다.

불꽃축제 관람을 위해 아파트를 찾은 외부인들은 주민이나 경비원들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거주자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생활까지 방해했는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김판수 변호사(법무법인 AK)는 "(외부인이) 불꽃축제 관람을 허락받았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이것 자체로는 처벌까지 가기 쉽지 않고 남의 집을 엿보거나 다른 행위로 나아갔을 때 함께 처벌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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