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투입' 상급병원 구조전환 오늘 설명회…병원은 ‘떨떠름’

중증 비중 50%→70% 목표…오늘부터 시범사업 접수
의료계 "전문의 채용 하늘의 별따기" "투자금 손실 우려"

국군의 날이자 임시공휴일인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내원객이 진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내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병원은 이날 평일과 같이 외래 진료 및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2024.10.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3년간 10조 원의 건강보험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진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 계획에 일선 병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증·필수 의료에 종사할 전문의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의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온·온프라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수술 910개에 대한 수가와 이에 수반되는 마취료를 50%가량 인상한다. 또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50% 수준인 하루 30만 원으로 인상하고, 2~4인실 입원료도 현행 수가의 50%인 하루 7만 5000원을 가산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중증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일반병상은 최대 15%로 줄여야 한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복지부의 설명회를 들은 후 전문의 확충, 재정 투입 등을 고려해 시범사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또한 의료기관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연말 이후까지 신청 기간을 둘 계획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지원은 실적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이뤄진다.

한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에서는 일선 병원에 참여 여부조차 물어보지 않고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은 시범사업에 모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빅5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증·필수의료 수가를 올리고, 전문의 월급을 올려준다고 해서 (대학병원에 들어오는) 전문의가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번 '응급실 대란'에서 알 수 있듯 응급의학과 한 과만 무리 없이 가동하는 것도 매우 힘든데, 필수과인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대학병원 관계자도 "정부가 향후 5년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투여하는 재정만 20조 원인데, 현재 건보 준비금은 28조 원 수준인 것도 (시범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며 "갑자기 정부 지원이 중단되기라도 한다면 (중환자 치료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오로지 병원 손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중증, 고난도 수술이 증가하지만 정작 병원에서 채용하는 의사 수는 줄어드는 점에 대해서 우려했다. 또 전공의의 빈자리를 PA간호사가 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통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의 상급종합병원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것"이라며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더 숙련된 전문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는 대학병원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과부하를 낮추기 위한 1,2차 진료협력 의료기관과의 의뢰·회송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경증환자에 대한 분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희경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 맞지만 이를 위해서는 경증 환자가 갈 수 있는 지역의료기관을 탄탄하게 확충한 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시행해야 한다"며 "1차 의료기관에서 해결이 안 되면 이후에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 환자를 받지 말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