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해지는 동물병원 진료차트…분쟁시 결정적 증거될 수도[동물법전]

소혜림 변호사의 동물 법률 정보

편집자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동물이라고 해서 감성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동물을 키우거나 보호하면서 궁금한, 혹은 몰랐던 법 이야기를 뉴스1과 변호사가 들려준다.

동물병원에서 진료 받는 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소혜림 변호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말 안 통하는 동물들 진료 보기도 바쁜데 차트를 언제 다 일일이 쓰고 있나요?"

"수술동의서를 써달라고 하면 보호자들이 싫어할 수 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이 늘어나면서 진료기록부(차트), 수술동의서와 같은 문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수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동물병원, 특히 1인 병원에서는 환견이나 환묘의 진료를 보고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길다. 이 때문에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시간과 노동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세부 내용을 다 작성하지 못할 때도 있다.

수술동의서는 반려견과 반려묘 보호자들의 인적 사항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병원들도 적지 않다. 싫어하는 보호자들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분위기는 점차 바뀌어야 한다. 동물병원이나 보호자를 상대로 한 수의료 분쟁이 늘어나면서 증거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진료기록부나 수술동의서는 소송에 들어갔을 때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의료법상 환자나 보호자가 진료기록부를 요구하면 병원은 수정 전 원본까지 포함해 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반면 수의사법상 동물병원은 진료기록부 제공 의무가 없다. 다만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은 발급을 요구받았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보호자에게 진료기록부를 줄 의무가 없고, 문서 작성할 시간이 없다고 해서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나중에 소송에 걸렸을 때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진료기록부에는 수의사가 최선을 다해 질병 처치를 했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를 응대할 때도 어떤 진료를 했는지 잘 설명해주고 이를 기록에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자에게 검사를 권유했을 때 반응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은 아픈 곳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가 필수다. 하지만 비용, 마취 등 문제로 보호자가 거부해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다가 의료사고가 아니어도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최근 업계에서는 수의사들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차트 상세 검색 시스템, 보호자 안내 자료 자동 발송 등 기능을 갖춘 전자차트(EMR)를 선보이기도 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비록 수의사법상 보호자에게 진료기록부 제공 의무는 없지만, 증거보전을 통해 법원에서 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소송으로 갔을 때 진료부를 어떻게 작성했느냐가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수의사와 보호자가 서로를 잘 이해해 분쟁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진료기록부는 무엇보다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해피펫]

소혜림 변호사 ⓒ 뉴스1

글=법무법인 해성 소혜림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서울시수의사회 자문 변호사)·정리=최서윤 기자

news1-10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