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안되지만 무릎에 올려드릴게요"…야생동물 카페의 '꼼수'

야생생물법 개정, 만지기·먹이 주기 등 금지됐지만 적발 어려워
카페 점주들 "문 닫고 죽으라는 것…못 만지면 누가 오나"

간식으로 유도하자 무릎에 올라온 여우(왼쪽)와 앞발을 뻗는 라쿤

(서울=뉴스1) 유수연 오현주 기자 = "먼저 만지는 건 안 되세요. 어깨 위로 올라가게 해드릴게요."

3평짜리 방의 문을 열자, 라쿤 2마리가 뛰어나왔다. 직원들은 간식을 손님들의 머리 위로 들어 보이며 라쿤이 어깨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손님들은 "너무 귀엽다!"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한 외국인 손님은 무릎 위에 올라간 라쿤의 배를 끌어안거나 앞발을 잡기도 했다.

야생동물 만지기 금지됐지만 "손님 제지 어려워…문 닫고 죽으라는 것"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야생동물 카페 등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기존의 야생동물 카페는 2027년까지 전시 금지가 유예되지만 이 기간에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24일 <뉴스1>이 찾은 야생동물 카페 2곳은 야생생물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는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야생동물 카페에선 "애들이 손님한테 가는 건 괜찮은데 손님이 가서 만지면 안 된다"라고 안내하거나 야생동물이 손님의 어깨에 올라타도록 간식으로 유도하는 '꼼수' 영업이 성행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33분쯤 서울 마포구 야생동물 카페에는 라쿤, 여우, 사향고양이 등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이 전시돼 있었다. 직원들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여우를 무릎에 올려드리겠다", "라쿤에게 먹이를 줘 보시라"며 권유하기도 했다.

미어캣을 전시하는 서울 광진구 야생동물 카페 직원은 "원래 (야생동물을) 아예 만지시면 안 되긴 한다"면서도 "그런데 손님들이 워낙 만지시니까 어쩔 수 없이 손끝으로만 살살 긁어서 만져달라고 안내한다"고 토로했다.

마포구에서 야생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유예 기간 동안 만지지 말라고 하면 문 닫고 죽으라는 것"이라며 "실제로 법이 개정된 후에 다 안 되는 줄 알고 손님이 뚝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2018.8.16/뉴스1

야생동물 카페에서 만난 손님들은 동물을 만질 수 없다면 야생동물 카페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야생동물 카페를 방문한 B 씨(남·22)는 "미어캣을 만질 수 있어서 신기했다"며 "(만질 수 없다면) 야생동물 카페 대신 강아지 카페에 가서 강아지를 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예 신고한 전시업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업체를 방문해 점검하는 시점 이외에 만지는 등의 행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야생동물 접촉 감염병에 취약…시민 노력 필요"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가까이 가는 과정에서 감염병 문제가 많이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중보건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이 법을 만든 건데 유예 기간에 동물을 만지게 유도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야생동물 카페의 문제점은 전국에서 다수의 사람이 와서 그곳에 어떤 바이러스가 있는지 모른 채 다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로 간다는 것"이라며 "만지는 것을 자제하거나 카페에 만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시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는 "단속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설 기준을 마련해서 아예 (야생동물과 사람이) 물리적으로 접촉이 어려운 경우에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실효적"이라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shushu@news1.kr